[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박은태 “그리면 그리는대로…백지같은 배우이고 싶다”

입력 2014-06-19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제8회 더뮤지컬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박은태(33). 올해로 9년차 뮤지컬배우가 된 그의 꿈은 오래도록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사진제공|블루 스테이지

■ 뮤지컬 배우 박은태

남자배우 중 여성관객 모성애 유발 1위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주연상 수상 영예
“애증의 모차르트 역으로 상 받고 싶어”


“받을 줄 몰랐다”, “진즉에 받았어야 했다”.

한국뮤지컬대상과 함께 국내 양대 뮤지컬 시상식으로 꼽히는 더뮤지컬어워즈. 올해 제8회 어워즈의 남우주연상 수상자는 뮤지컬 배우 박은태(33)다. 대학에서 노래도 연기도 아닌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강변가요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가수의 길로 들어섰다. 이후 무명가수 생활을 하다(무려 5년)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 발을 디뎠다. 배역이 없는 앙상블이었다. 가수로서는 빛을 보지 못했지만 뮤지컬에서는 달랐다. 2010년 2월 뮤지컬 ‘모차르트!’는 배우인생의 최대 도약대였다. 원래 조성모가 맡기로 했다가 개막 직전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대타로 투입되어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노트르담드파리’, ‘피맛골연가’, ‘지저스크라이스트슈퍼스타’ 등을 거치며 류정한의 뒤를 잇는 최고의 배우로 급부상. 2012년에는 ‘엘리자벳’의 루케니 역으로 더뮤지컬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 올해는 시상식 안 열려…“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매년 대형 공연장에서 으리으리하게 열리던 시상식이 올해는 수상자와 수상작 발표로 그친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올해는 시상식을 열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섭섭하지 않으냐”고 했더니 박은태는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싶었다”며 밝게 웃었다. 남우주연상을 안겨 준 프랑켄슈타인이 막을 내리고 모차르트 연습에 긴급 투입되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박은태의 말에 따르면 ‘모차르트!’는 그에게 애증의 작품이다. 자신에게 성공의 기회를 주었지만 성대결절의 시련을 안긴 작품이기도 하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2010)에서 신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어지간히도 상복이 없던 작품이자 배역이었다. 이번 ‘모차르트!’는 2010년 초연 이후 네 번째 공연이다. 박은태는 “언젠가 남우주연상을 받는다면, 이왕이면 모차르트 역으로 받고 싶었다”라고 했다.

박은태는 속에 감정을 잔뜩 안고 살아가는 복잡한 인물 연기가 전문이다. ‘노트르담드파리’의 그랭구아르, ‘피맛골연가’의 김생, ‘햄릿’의 햄릿, ‘엘리자벳’의 루케니가 다 그랬다.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프랑켄슈타인’에서는 아예 앙리와 괴물이라는 1인 2역을 맡았다.

박은태는 “언젠가는 해야 하는데, 매도 먼저 맞는 게 낫겠다는 심경으로 해 왔다”며 “자꾸 하다 보니 복잡한 내면 연기에 대한 나름 노하우도 생겼다”고 했다.


● 백지같은 배우…모성애 유발연기 타의 추종불허

박은태에게 따라 다니는 또 하나의 평가가 있다. 국내 뮤지컬 배우 중 여성관객의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능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것이다.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대사를 해도 박은태가 하면 여성 관객의 눈이 촉촉하게 젖는다. ‘프랑켄슈타인’이 끝나고 공연장을 빠져 나오던, 눈이 퉁퉁 부은 여성 관객들이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앙리 불쌍해서 어떡해”였다.

박은태는 “내 별명이 ‘은언니’ 아니냐. 내 입으로 말하기 뭐하지만 남자 배역에 대한 연기 성향이 다른 배우들하고는 다른 점이 있다”고 했다. 본인 말로도 “섹스 심볼은 아니다”고 했다. 무대에서 박은태가 보여주는 사랑은 확실히 섹시하지도 마초적이지도 않다. 대신 애틋하고 애절하고 안타깝다.

박은태는 “백지상태로 시작하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했다. 박은태는 연출가, 음악 및 안무 감독 등 스태프의 노트(지시)를 충실히 받아들이는 배우로 유명하다. 본인은 “일종의 생존전략(물론 농담이다)”이라면서도 “노트를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한다. 좀 더 배역에 익숙해지면 큰 틀이 흔들리지 않는 한도 안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그래서 박은태와 함께 작품을 해 본 사람들은 그를 ‘백지같은 배우’라고 부른다. ‘그리면 그리는 대로 나오는’ 배우라는 뜻이다.

올해로 뮤지컬 9년차 배우가 된 박은태의 꿈은 오래도록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을 하면서 열 살 이상 차이가 나는 (유)준상 형님이 너무 감사하고 자랑스러웠다. 나는 장차 50·60대에도 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을까. 아직은 모르겠다. 내 배우 인생은 현재 1막의 4분의 3지점이다. 40대에 2막, 50대에 3막을 맞이하는 것이 내 바람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모차르트처럼 자유롭게. 그렇게 살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