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 K리그 자존심 살렸다

2014브라질 월드컵 대한민국과 러시아의 H조 첫 경기가 열린 18일 오전(한국 시간) 브라질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넬 경기장. 후반 이근호가 선제골을 터뜨리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과감한 중거리슛으로 러시아 골키퍼 실수 유도
월급 14만9000원 육군 병장, ‘28억 손’ 뚫은 셈

‘홍명보호’는 2014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2차례 평가전(튀니지·가나)에서 무득점에 그치는 등 공격력 부재로 우려를 샀다.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러시아와의 H조 1차전 전반까지도 공격에서 좀처럼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답답했던 한국의 공격 활로를 튼 주인공은 이근호(29·상주·사진)였다. 후반 11분 박주영(왓포드)을 대신해 교체 투입된 이근호는 후반 23분 돌파에 이은 중거리 슛으로 선제골이자, 이번 대회 한국의 첫 골을 신고하며 홍명보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이근호의 골은 K리거의 자존심을 세우는 한방이기도 했다. 이번 대표팀 23명 중 17명은 해외파다. K리거는 6명. 3명의 골키퍼를 제외하면 필드플레이어는 고작 3명뿐이다. 대표팀 소집 때부터 이근호를 비롯한 K리거들은 “K리그가 경쟁력이 높은 리그라는 것을 월드컵 무대에서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경기 후 이근호는 “경기 전 훈련 때 슈팅감이 좋아서 자신 있게 슈팅했다. 슛에 자신감이 실렸고, 운도 따랐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골과 함께 축구 팬들 사이에선 이근호의 연봉이 화제가 됐다. 현재 군인 신분인 그는 일반사병과 같은 월급을 받는다. 2014년 현재 육군병장 월급은 14만9000원. 이를 연봉으로 환산하면 178만8000원이다. 이번 대회 득점자 가운데 가장 적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이근호인 것이다.

반면 이근호의 슛을 흘려 골을 허용한 러시아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CSKA모스크바)의 연봉은 200만유로(약 28억원)로, 러시아대표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 중 한명이다. ‘월급 14만9000원’의 육군 병장 이근호의 슛이 ‘28억원의 손’을 뚫은 셈이다. 한국대표팀에서 군인 신분의 선수가 골을 넣은 것은 1994미국월드컵 스페인전의 서정원 이후 2번째다.

4년 전 남아공월드컵 엔트리 탈락의 시련을 극복하고 월드컵 데뷔전에서 골 맛까지 본 이근호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순간인데 현실이 되니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그동안 볼 키핑과 패스에 중점을 두고 준비해왔다. 준비해온 것을 잘 다듬어 알제리와의 경기에선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다짐했다.


● 이근호(상주 상무)는?

▲생년월일=1985년 4월 11일
▲키·몸무게=177cm·75kg
▲출신교=동막초∼부평동중∼부평고∼한중대
▲프로 경력=인천 유나이티드(2005∼2006년), 대구FC(2007∼2008년), 주빌로 이와타(2009년 4월∼2010년 6월), 감바 오사카(2010년 7월∼2012년 1월), 울산 현대(2012년 1∼12월), 상주 상무(2012년 12월∼현재)
▲클럽 통산 성적=214경기·76골
▲A매치 데뷔=2007년 6월 29일 이라크전(평가전)
▲A매치 통산 성적=65경기·19골
▲주요 대회 출전 경력=2005년 U-20 월드컵,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4년 브라질월드컵
▲수상 경력=2012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최우수선수(MVP), 2012년 AFC 올해의 선수

쿠이아바(브라질)｜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