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 ‘4-4-2’ 전술 변화 빛났다

입력 2014-06-1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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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평가전과 달리 수비 포메이션 변화
측면공격수 수비 가담…러시아 봉쇄 성공
볼 걷어낼때는 더 안전한 방향 택했어야
알제리전 측면 공격 더 활용땐 좋은 결과

스포츠동아는 성남 일화(현 성남FC)와 강원FC에서 감독을 지낸 김학범 해설위원과 함께 2014브라질월드컵의 빅매치들을 분석하는 코너 ‘학범슨의 퍼거슨 따라잡기’를 진행한다. 축구팬들은 감독 시절 탁월한 전략과 전술을 선보였던 김 위원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명장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에 빗대 ‘학범슨’으로 불렀다. ‘학범슨’의 날카로운 눈을 통해 월드컵 경기를 해부해본다.


2%가 아쉬운 경기였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쿠이아바 아레나 판타날에서 벌어진 러시아와의 2014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1-1로 비겼다. 후반 23분 선제골을 기록했지만 불과 6분 만에 동점골을 내줬다. 승점 3점을 챙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쳐 더 아쉬운 한 판이었다.


● 탁월했던 홍명보 감독의 선택

한국은 러시아전에서 전술적 변화를 택했다. 대표팀은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2차례 평가전에서 가동한 4-2-3-1 포메이션 대신 4-4-2를 들고 나왔다. 러시아의 측면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좌우 측면 공격수들도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등 미드필드를 두껍게 했다. 전반전 양 팀이 모두 수비에 비중을 둔 안정적 플레이를 펼친 까닭에 경기 템포가 다소 느슨해졌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러시아는 한국의 측면을 공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그 덕분에 한국 수비수들은 상대 공격수를 수월하게 봉쇄할 수 있었다. 한국은 이를 바탕으로 전반전에 러시아보다 나은 경기를 펼쳤다.


● 홍정호의 근육 경련에서 시작된 아쉬운 2%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선 첫 경기가 항상 힘들다. 경기의 승패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느끼는 긴장도가 높다. 이 때문에 첫 경기에서 근육경련으로 고생하는 선수가 많이 나온다. 홍정호도 비슷한 케이스다. 홍정호는 두 차례나 근육경련을 겪었고, 결국 황석호로 교체됐다. 어쩔 수 없었지만 황석호가 경기장 그라운드와 분위기에 적응하기도 전에 위기 상황이 닥쳤던 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황석호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클리어링을 할 때 좀더 안전한 방향을 택했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은 남는다. 또 실점 상황에서 왼쪽 풀백 윤석영의 플레이도 아쉽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간대였지만, 측면에서 중앙으로 볼이 쉽게 올라오지 못하게 했다면 수비수들이 부담스러운 상황을 맞지 않았을 것이다.


● 발전시켜야 하는 측면 활용도

한국은 러시아전에서 수비에 치중한 만큼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주로 공격작업을 펼쳐야 했다. 좌우 풀백도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공격에선 선수들의 적극적 슈팅 의지가 좋았다. 러시아 골키퍼 아킨페예프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강하게 날아오는 볼에 대한 반응 속도가 늦었다. 그 덕분에 한국은 행운의 골로 앞서갈 수 있었다.

러시아전은 끝났다. 승점 3점을 아쉽게 놓쳐 23일 알제리전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벨기에-알제리전을 보면 벨기에는 후반 알제리의 측면을 효과적으로 공략해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대표팀이 러시아전에서보다 측면 공격을 좀더 활용하면 알제리를 상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학범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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