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볼에 들떴던 소년 조인성, 우상 뒤를 쫓다

입력 2014-06-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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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조인성.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사인 볼’에 들떴던 소년은 이젠 우상의 뒤를 쫓고 있다.

이 소년은 얼마 전 프로 통산 1700경기 출전의 금자탑을 쌓았다. 1998년 LG의 1차지명을 받은 지 무려 17시즌 만이었다. SK와 한화로 2차례 팀을 옮겨 지금도 당당히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상이 달성한 역대 2번째 최다경기 출전 기록인 2039경기를 향해 뛰고 있다. 역대 최다인 박경완의 2043경기도 목표로 잡았다.

주인공은 한화 포수 조인성(39), 우상은 LG에서 돈독한 선후배 관계를 맺은 넥센의 배터리코치 김동수(46)다. 조인성은 신일고 시절 지인을 통해 우상 김동수의 사인볼을 수소문했고, 이를 받아들었다. 깊은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LG 입단 후 2시즌 동안(1998~1999년) 한솥밥을 먹으며 그의 노하우를 차근차근 익혀나갔다. 조인성은 이듬해 삼성으로 이적한 김동수의 공백을 메우며 안방을 꿰찼다. 김동수의 행적을 따랐다.

베테랑이 된 지금도 마찬가지. 김동수가 포수 출신으로 가장 먼저 밟았던 2000경기를 따르고 있다. 조인성은 25일 대전 롯데전에서 선발 마스크를 쓰며 1700경기를 돌파했다. 박경완과 김동수, 그리고 진갑용(삼성·1773경기)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조인성은 항상 내일을 먼저 생각하고 앞서가려고 노력했다. 아쉬움도 따른다. 최근 6~7년간 페이스가 떨어지며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날들이 늘어갔다. 결국 이달 3일 한화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지금쯤 1900경기는 나갔어야 했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 “SK에 있었다면 1군 기회를 얻지 못했을 수도 있다. 유니폼 입고 준비하는 그 자체가 큰 기쁨이고 행복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1700경기를 뛰면서 위기가 없진 않았다. 조인성은 발목을 삐끗하면서도 경기를 마무리했다. 2008시즌을 마치고 오른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그는 “누군가 나를 대신하면 기회를 내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나를 채찍질했다. 아픈 것도 참고 묵묵히 뛰었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격려하면서 2000경기를 위해 부단히 달린다. “힘 떨어지기 전에 부지런히 해서 2000경기를 채우고 싶다”고 했다.

2000경기 돌파는 언제쯤 될까. 그는 “3~4시즌은 더 뛰어야 되지 않을까”라고 웃었다.

포항|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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