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브라질 24시] 너무 빨리 깨버린 6월의 꿈, 4년 뒤엔 눈물 대신 환호를

입력 2014-06-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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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수들. 동아일보DB

솔직히 이런 글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경유시간까지 포함해 30시간 가까운 긴 비행 끝에 도착한 2014브라질월드컵 현장에서 태극전사 여러분들의 고된 여정을 지켜보는 내내 가슴 졸였고, 희로애락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기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전 세계에서 오직 실력으로 선택된 32개국만이 초청장을 받는 월드컵, 또 익숙하지 않은 남미대륙에서 열리는 대회이니 정말 누구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죠.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칭찬하고, 희망을 찾고 싶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조별리그(H조) 마지막 벨기에전이 끝난 뒤 ‘하늘도 감동한 기적! 이젠 8강을 향해!’라는 멋진 헤드라인을 뽑고 기분 좋게 상파울루에서 16강 격전지 포르투 알레그리로 이동하기를 바랐습니다.

비단 저만 그랬을까요? 포르투 알레그리가 더욱 특별하게 여겨진 것은 우리가 그곳에서 2차전 상대 알제리에게 2-4로 대패했기 때문이죠. 한때 악몽을 안겨준 장소에서 벅찬 환희를 맛볼 수 있다면, 훨씬 더 의미가 커지잖아요. 집을 떠나온 지도 어느덧 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약간은 지치기도 했지만 언제든 태극전사들을 따라갈 준비가 돼 있었는데 결국 꿈으로 끝나버렸네요. 잠깐만 눈을 감아도 사실상 우리의 16강 진출 실패가 확정된 알제리전의 서글픈 순간들이 뇌리를 스칩니다.

‘왜 그 장면에선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왜 그리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을까?’ ‘대체 왜 그렇게 지시가 없었을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판단은 어째서 계속 늦기만 할까?’

어차피 다 지난 일이고 계속 되새겨봐야 부질없다는 것은 잘 알지만, 안타까운 심정에 이런저런 넋두리가 나오네요. 제게도, 여러분에게도 똑같이 주어졌던 2014년의 6월이 이렇게 허무하게 흘러갔다는 사실이 여간 아쉽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제 4년 뒤 러시아에서의 성공을 향해 쉼 없이, 또 힘차게 달려가야 하는데, 마지막 동력만큼은 잃지 않았으니까요. 남아공월드컵 직전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아픔을 극복한 이근호(상주)와 한국축구를 이끌어갈 영건 손흥민(레버쿠젠), 짧은 출전시간 동안 온 몸을 내던진 김신욱(울산)의 투혼은 분명 아름다웠습니다. 벨기에전을 마치고 눈물로 뒤범벅된 채 아레나 데 상파울루 필드를 빠져나오던 그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죠. “우리 2014년의 아픔을 절대 잊지 말자!” 다시 뛰는 한국축구, 기대해도 되겠죠?

상파울루(브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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