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유임? 사퇴? 결단을 내려라

입력 2014-07-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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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귀국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해 질타를 받고 있는 홍 감독은 자신의 거취에 대해 말을 아꼈다.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아시안컵까지다. 대한축구협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실패한 월드컵…거세지는 축구협회 책임론

축구협회, 잦은 감독 교체로 본선 준비 차질
1년 미만 재임 감독 4명 중 16강행 멕시코 뿐
유임이든 사퇴든 미래 위해 조속한 매듭 필요
16강 탈락 일본, 벌써 멕시코 출신 감독 선임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했던 축구국가대표팀이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2010남아공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기본 목표로 삼았던 대표팀은 16강은커녕 1998프랑스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참패를 맛봤다. 이날 귀국 기자회견에서 가장 눈길을 끈 이는 역시 사령탑 홍명보(45) 감독이었다. 최종 엔트리 선정 과정은 물론 조별리그에서의 고집스러운 선수 기용과 단순한 전술 등으로 거센 비난을 샀던 홍 감독은 향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적으로 생각을 하고 있지만, 결정을 내리기에는 역시 어려운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지난해 6월 25일 대표팀 사령탑에 취임한 홍 감독의 계약기간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다.


● 거세지는 홍명보 감독 책임론, 비난서 자유롭지 못한 축구협회

홍명보 감독의 사퇴론이 들끓는 등 한국축구는 심각한 월드컵 후유증을 앓고 있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의 평가대로, 이번 대표팀의 성적은 명백한 실패다. 그러나 이번 실패는 단순히 홍 감독만의 실패도 아니다.

대한축구협회는 2011년 12월 아시아지역 3차 예선에서 레바논에 1-2로 패해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자 조광래(60) 전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무리수를 뒀고, 이후 ‘시한부 사령탑’을 자처했던 최강희 감독(전북 현대)에 이어 홍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1년은 월드컵 본선을 준비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시간이다. 브라질월드컵에 나선 32개국 사령탑 중 재임기간이 1년 미만인 감독은 홍 감독을 포함해 4명에 불과했다. 이 중 16강에 오른 감독은 멕시코 미겔 에레라(8개월)뿐이다. H조에서 한국을 누르고 사상 처음 16강에 오른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2011년부터 지휘봉을 쥐었다.


● 사령탑 거취,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

이제는 실패에 대해 냉철히 반성하고, 4년 뒤를 바라보면서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홍명보 감독의 거취와 관련해 어느 쪽이 정답일지는 그 누구도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사퇴든, 유임이든 조속히 매듭을 지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흔들리는 한국축구의 중심을 잡기 위해선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당장 내년 1월로 다가온 아시안컵 준비는 물론, 장기적 관점에서 2018러시아월드컵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명쾌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은근슬쩍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역시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한 일본은 차기 대표팀 사령탑으로 멕시코 출신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을 잠정 확정했다고 30일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이번 월드컵의 참패에 대해 홍 감독이든, 대한축구협회든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측면에서 “홍 감독과의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있고, 홍 감독으로부터 사퇴에 관한 어떤 입장도 들은 것이 없다”는 30일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의 말은 실망스러울 뿐이다. 대한축구협회는 유임이든, 경질이든 대표팀 사령탑의 거취에 대한 조속한 매듭이야말로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책임론을 수습할 수 있는 출발점임을 인식해야 한다. 시간을 끌수록 어느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논란만 증폭될 뿐이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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