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팀 대신 23명의 선수들뿐, 도전·갈등 없었던 홍명보호

입력 2014-07-0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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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홍명보 감독(가운데)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표팀은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경기 결과와 내용에서 모두 실망을 안겼다. 홍 감독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2013년 6월 25일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45) 감독은 경기도 파주 NFC(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하나의 팀이 하나의 정신으로 동일한 목표를 향하자’는 의미의 대표팀 슬로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 이외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 중에서도 핵심은 이랬다.


①“과거가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②“한 명보다는 모두가 주장 역할을 하는 게 낫다.”
③“인간은 안락한 순간보다 도전과 갈등 속에서 평가 받는다.”

그로부터 1년이 흘렀다. 홍 감독은 2014브라질월드컵 기간 중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아쉬움과 우울함이 공존했다. 결과가 좋았다면 평가도 달라졌겠지만, 그렇지 못하다.

브라질월드컵에 나선 23인의 태극전사들 상당수는 ‘과거로부터 보장 받은’ 이들이었다. 2009년 U-20(20세 이하) 월드컵과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2012년 런던올림픽 등을 통해 홍 감독과 함께한 선수들이 핵심이었다.

이들이 한국축구의 향후 10년을 이끌 ‘황금세대’라는 점은 분명하지만, 의문을 남긴 선택도 많았다. 당시 홍 감독은 “1년 전과 지금의 실력, 경기력을 체크해 평가한다”고 선을 그었지만,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공격수 박주영(왓포드)과 왼쪽 풀백 윤석영(QPR)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해야 대표팀에 뽑힐 수 있다”던 홍 감독의 이후 발언에 비춰 상당한 논란을 낳았다. 과거의 좋은 활약은 추억일 뿐, 브라질에서의 행적은 초라하기만 했다.

리더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영건 위주로 짜여진 이번 ‘홍명보호’에서 중심을 잡아줄 이는 눈에 띄지 않았다. ‘23명의 리더들’은 위기의 순간, ‘23명의 팀원들’에 불과했다.

홍 감독의 당당함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안락함은 물론 없었고, ‘도전’과 ‘갈등’으로 점철된 월드컵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수장은 왠지 모르게 위축돼 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대회 기간 내내 “이길 수 있다”, “자신 있다” 등의 당찬 일성은 단 한 번도 그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지나치게 수세적이었고, 소극적이었다. 알제리에 패한 뒤에도, 운명이 걸린 벨기에전을 앞뒀을 때도 그저 공허하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승점 1을 확보하긴 했지만 러시아전은 사실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10억원에 달하는 큰 돈까지 써가며 전지훈련을 진행한 이유는 러시아와의 1차전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전이 연중 내내 고온다습한 아마존 남부 쿠이아바에서 열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전이 중요하다”며 ‘승점 3’에 목표를 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했던 홍 감독이 정작 결전을 앞두고선 “지지 않는 경기를 하겠다”고 해 현장 취재진을 황당하게 만들었다.

이후 알제리, 벨기에에 대한 분석도 제대로 못했고, 상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도 못했다. 알제리전에서 0-3, 1-4로 끌려갈 때도, 벨기에전에서 0-1로 뒤지던 후반에도 우리 벤치에선 이렇다할 액션이 없었다. 위급할 때 홍 감독과 대부분의 코치들은 대책 없이 그저 자리만 지켰다. 그의 거취가 관심을 끄는 이유다.

남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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