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이건명, 캐스팅 1순위…배우가 먼저 반하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

입력 2014-07-10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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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명은 유준상, 류정한과 함께 40대를 대표하는 국내 뮤지컬계의 간판스타다. 더욱 깊어진 연기, 파워풀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노래에 따뜻한 인간미까지 더해져 아이돌 부럽지 않은 티켓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에서 시드니 칼튼으로 분한 이건명. 사진제공|비오엠코리아

■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 배우 이건명

주인공 시드니 칼튼 역 맡아 절정 연기
뛰어난 연기·노래·외모에 인간미까지
다시 일하고 싶은 배우…동료들이 인정


뮤지컬 ‘두 도시 이야기’는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걸작소설을 원작으로 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2012년 국내 초연, 2013년 재연을 통해 일명 ‘두도시민’으로 불리는 열성팬들을 양산하며 국내 뮤지컬계에 ‘고품격 뮤지컬바람’을 일으킨 작품이다.

배우 이건명(42)은 ‘두 도시 이야기’에서 주인공 시드니 칼튼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염세주의자에 알콜중독자인 영국인 변호사다.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루시 마네뜨를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그의 남편을 대신해 단두대에 오르는 ‘위대한 사랑’을 선택한다. 시드니 칼튼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의 별들을 배경으로 단두대에 올라 독백을 남기는(이때 무대 위에서는 단 하나의 조명만이 외로이 그를 비춘다)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막이 내려지면, 객석은 관객들의 흐느낌으로 가득 찬다. 퉁퉁 부은 눈으로, 울음을 참느라 입을 틀어막으며 공연장을 빠져 나오는 여성관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은 ‘두 도시 이야기’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18세기 프랑스대혁명 시기가 배경이다. 오늘날보다 백배는 더 정의가 없던 시대. 칼튼이 쉼 없이 술을 마셨던 이유는 도저히 맨 정신으로는 살 수가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건명은 시드니 칼튼이란 인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칼튼이 부르는 첫 넘버(노래)의 가사는 ‘답답한 이 세상도 술에 취하면 좋을 텐데’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배우·스태프들이 관객보다 먼저 반하게 되는 배우

시드니 칼튼은 사랑하는 여자의 행복을 위해, 그의 남편 대신 죽음의 길로 들어선다. 그의 남편 찰스 다네이는 친구와 같은 사이였다. 이승철의 노래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와 유사한 상황이다. 이건명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다”라며 웃었다. 그것도 무려 두 번씩이나.

마음에 두고 있던 여자가 있었는데 이건명에 앞서 친구(그것도 가장 친한)가 먼저 덥석 고백을 해버렸다. 이건명은 두 사람의 행복을 빌어주는 것도 모자라 이들 커플과 자주 어울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두 사람의 데이트를 위해 적당한 타이밍에 자리를 비켜주는 ‘매너’를 잊지 않았다. 이후에도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 이번에는 친구가 아닌 선배였다. 청첩장을 받고 고민을 하다 결혼식장에 갔다. 진심으로 행복을 빌어주며 축가까지 불러주었다. 이건명의 ‘위대한 사랑’이다.

이건명은 아이돌이 판을 치는 뮤지컬계에서 굳건히 주연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문 뮤지컬배우다. 언제나 캐스팅 1순위에 꼽힌다. 40대에 접어들더니 오히려 30대보다 더 잘 나간다. TV드라마에도 영화에도 안 나오는 이건명. 그럼에도 대중에게 익숙한 연예인 스타들보다 더 잘 나가는 비결은 어떤 것일까.

이런 이야기는 본인보다 제3자의 증언에 무게가 있다. 이건명을 데뷔 시절부터 지켜보아 온 선배 배우 한성식은 ‘인간적인 매력’을 꼽았다. 주연급 배우들 중에는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불편해 하는 인물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건명은 한 번 작업을 해 본 사람은 누구나 다시 일하고 싶어 한다는 것. 배우, 스태프들만 알고 있던 이건명이라는 인간적인 매력을 이제 관객들도 알게 되었다는 것. 뛰어난 연기, 노래, 외모에 인간미가 얹히면서 누구도 넘보기 힘든 이건명만의 티켓파워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팬들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공연 후 이건명은 자신을 보기 위해 일본에서 날아온 팬들에게 둘러싸여 일일이 인사를 나누고 사인을 해주었다. 인터뷰를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기자는 ‘뒷전’이었지만 조금도 서운하지 않았다.

“나는 행복주의자에 운명론자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물처럼 흐르는 대로 무대에 설 뿐이다.”

인터뷰가 끝났다. 이건명과는 나중에 또 한 번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기자마저 다시 만나고 싶어지는 사람이다. 이대로라면, 50대에도 얼마든지 주인공을 ‘해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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