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좋은 친구들’ 주지훈, 그가 쉬지 않고 달리는 이유

입력 2014-07-14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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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이야기니까요.”

돌아온 말은 명쾌했다. 배우 주지훈(32)에게 영화 ‘좋은 친구들’을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창밖에 내리쬐는 한여름 햇볕만큼 거침없었다.

“제 안에는 인철이뿐 아니라 현태와 민수의 성격이 다 있어요. 선배들을 만나면 민수의 모습일 수 있고 후배들에게 상담해 줄 때는 현태처럼 진지한 면도 있고요. 모두가 그렇듯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바뀌는 거죠.”

주지훈이 연기한 인철은 날라리에 속물근성을 가진 보험설계사. 그는 민수(이광수), 현태(지성)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지만 현태 부모님의 강도 화재 사건 이후 오해와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인철은 오해를 풀지 않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친구를 위하는 길을 택한다.

“영화에서처럼 큰 사건이 아니어도 친한 사이에 섭섭하거나 미울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인간관계는 참 재밌으면서도 어려워요. 관객들에게 ‘나는 어떤 친구일까’라는 작은 물음표를 던지고 싶었어요.”

주지훈에게 “보고 나니 멀어진 옛 친구가 생각났다”는 소감을 건네자 그는 “나도 그랬다”고 공감했다. 그는 “예전에 정말 친한 친구가 절교를 선언했다. 사소한 이유였는데 그때는 나도 자존심이 셌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그 친구를 미워하지 않았다. 늘 보고 싶었다”면서 “영화를 촬영하면서 4년 만에 ‘보고 싶으니 언제 한번 만나자’고 그 친구에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 지성-이광수와 환상의 호흡…“애기 이광수, 예능에서는 거물”

그는 함께 연기한 지성과 이광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얻은 소중한 인연이다.

“저는 감독님과 상대 배우들을 믿었어요. 작업이 즐거우니까 힘든 걸 찍어도 힘이 안 들더라고요. 현태는 모든 걸 절제해야하는 인물인데 지성 형이 고마울 정도로 중심을 잘 잡아줬어요. 정말 고마웠죠.”

주지훈은 이광수의 엉덩이 노출 장면에 대해 “민수의 행동을 저지하려고 옷을 잡았다가 본의 아니게 벗겨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노출 때문에 놀랄 텐데 광수는 자연스럽게 이어갔다”며 “아주 센스가 좋은 배우”라고 칭찬했다.

주지훈은 영화배우로서의 이광수를 ‘아기’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지성과 함께 출연했던 SBS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을 언급하자 표정이 달라졌다. 영화계와 예능 방송에서 두 사람의 위치는 정반대기 때문. 이광수는 뛰어난 예능감각을 무기로 ‘런닝맨’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런닝맨’을 촬영할 때 어려웠어요. 예능에서는 멘트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오잖아요. 저는 ‘선배가 얘기할 때 끊으면 안 된다’는 주의예요. 그런데 멤버가 광수 빼고는 다 선배더라고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웃음)

주지훈은 “너무 초라했다. 뭐 하나만 끝나면 내가 광수를 보고 있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기댈 곳이 광수밖에 없는데 광수도 자기 몫을 해야 하니까 잘 받아주질 않더라”고 농담 섞인 말로 토로했다.

“제가 흐름을 끊을까봐 걱정했어요. 그래서 ‘시키는 것만 정말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죠. 로데오 게임을 할 때는 아픈데 이를 악물고 참았어요. 반바지를 입고 있어서 무릎 안쪽 살이 다 까졌거든요. 잘 못하니까 무조건 열심히 한 거죠.”



● ‘궁’ 이후 8년의 시간…배우 주지훈을 다시 찾는 이유

모델로 활약하던 주지훈은 2006년 드라마 ‘궁’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그는 데뷔와 동시에 ‘궁 신드롬’을 타고 단번에 스타가 됐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났다. 많은 희로애락을 겪었고 이로 인해 작품 활동을 쉬기도 했다.

하지만 공백기를 가진 뒤에는 미친듯이 일에 열중하고 있다. 브라운과 스크린을 오가며 많은 작품에 출연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결혼 전야’ ‘다섯손가락’ ‘메디컬탑팀’ ‘좋은 친구들’ 등 길지 않으 시간에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일에 대한 욕심요?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예전에 비해 공감하는 시나리오가 많아졌어요. 제가 공감하니까 더 하고 싶어지는 거고요. 현장에서도 시키는 대로 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파트너로 참여하는 느낌이니까 편해졌어요. 책임감은 더 커졌지만 무섭지는 않아요.”

주지훈의 강행군은 당분간 계속된다. 다음달 말 크랭크인하는 영화 ‘간신’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역할을 위해 몸도 만들었다. ‘좋은 친구들’ 인철을 표현하느라 10kg 넘게 찌운 살을 이제는 빼고 있다. 목표는 체지방 5% 이하란다.

“두 달 넘게 무염식으로 닭가슴살과 고구마만 먹고 있어요. 저염식이 몸에 좋다는데 입맛이 도니까 못 버티겠더라고요. 아예 안 먹고 마는 게 나아요.”

‘간신’은 주지훈의 영화 데뷔작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를 연출한 민규동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주지훈은 민 감독의 아내인 홍지영 감독의 영화 ‘키친’(2009)과 ‘결혼전야’(2013)에도 출연했다. 그들이 잊지 않고 주지훈을 다시 찾는 이유가 뭘까.

“이번에도 민 감독님에게서 ‘다음 작품 할래?’라고 문자가 와서 대본도 안 보고 바로 ‘네’라고 했어요. 민 감독님 스타일을 잘 아는데 ‘디테일의 끝’이에요. 상상만 해도 진이 빠져요. 벌써 힘든 느낌이에요. 그래도 같이 하는 이유는…둘 사이에 무언가가 있어서겠죠. 신뢰 같은 거 말이에요.”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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