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베이스볼] 김병현과 함평의 비밀…숙소서 먹고 잔 보람있네

입력 2014-07-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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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현이 최근 반전을 시작했다. 직구 스피드가 140km대까지 올랐다. 제구력과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과거의 김병현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뒤엔 KIA 유망주 훈련장인 함평 챌린저스필드에서 숙식하며 독한 훈련을 한 덕이 컸다. 역시 땀은 배신하지 않는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함평 챌린저스필드는 신인선수들 머무는 곳
스피드보다 제구력에 초점 맞추며 부활 성공

5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두산-KIA전. 김병현(35)이 고향 팀 KIA로 이적한 후 첫 1군 무대에 등판했다. 결과는 0.1이닝 동안 3안타 1홈런 3실점.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대투수를 바라보는 많은 시선은 그의 선수생활이 황혼에 바짝 다가왔음을 느꼈다.

그러나 반전이 시작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KIA 선동열 감독은 김병현을 선발 자리에 앉혔고 6월 21일 다시 두산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7월 4일 넥센전에서 다시 승리를 거두며 전반기 선발로 2승 무패를 기록했다.

4월 10일 KIA 이적 후 김병현의 직구 스피드는 130km대에 머물렀지만 최근 140km대 까지 올랐다. 제구력과 노련한 경기운영이 더해지며 선발진에서 점점 더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김병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트레이드 직후 KIA의 퓨처스 훈련 및 경기장인 함평 챌린저스필드에 도착한 김병현은 구단 책임자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함평 숙소에서 먹고 자며 훈련 할 수 있을까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함평 챌린저스필드는 주로 팀의 젊은 신인급 유망주들이 머무는 곳이다. 훈련과 회복, 웨이트트레이닝과 숙식을 모두 한 곳에서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결혼한 베테랑 선수 대부분은 출퇴근을 선호한다. KIA 프런트는 광주출신 김병현도 당연히 집과 훈련장을 오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입소’를 택했다.

이후 쉼 없는 훈련이 이어졌다. 김용달 퓨처스 감독은 코칭스태프와 상의해 스피드보다는 제구력에 초점을 맞추며 함께 호흡했다. 투구 밸런스가 잡히면서 스피드도 덩달아 오르기 시작했다.

김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두 번 함께 했고 올스타전에도 출전했다. 54승 60패 86세이브라는 화려한 통산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2군 유망주들과 함께 땀을 흘렸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가 1군 무대에서 드러나고 있다.

선 감독은 “김병현이 지금 전성기 때 공을 던질 수는 없다. 그러나 그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정교한 제구와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선발에서 자기 역할을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보고 느끼는 것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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