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를 포기하려는 순간 오기가 생겼다”는 모세가 5년 만에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싱글 ‘마주치지 말자’를 발표했다. 서서히 자신감을 채우고 있는 그는 “나이 들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KW엔터테인먼트
■ 5년만에 싱글 ‘마주치지 말자’로 돌아온 가수 모세
“데뷔 ‘사랑인걸’로 인기 후 활동 끊겨
가요계 떠나려고 한때 장사
학생들 음악 가르치며 깨달았죠
내 안에 음악 향한 열정이 크다는 걸…
어느새 9년차, 초심으로 시작할거예요”
최근 싱글 ‘마주치지 말자’를 발표하고 5년 만에 활동에 나선 모세(김종범·34)는 ‘경력 단절’ 가수였다. 2008년 3월 싱글 ‘마음아 부탁해’로 잠시 방송활동을 했지만 이후 몇 장의 싱글을 내고서도 활동을 전혀 잇지 못했다. ‘사랑인걸’로 데뷔 초부터 큰 인기를 누린 모세는 그 높았던 인기만큼 허무함이 컸고, 가수를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됐다.
서울 마포에서 일본식 주점을 1년 반 운영했다. 하지만 가요계를 떠나려 시작한 ‘장사’는 오히려 그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 새벽부터 치열하게 일하는 이들을 보면서 자신이 과거 인기에 취해 있었던 때를 후회했고, 잊고 있었던 주변의 소중한 것들 그리고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다시 갖게 됐다.
공백기 한국예술원 실용음악과 교수로 재직하며 새삼 음악이 자신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깨달았다. 학생을 가르치는 것보다 직접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는 사실을 느끼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극도 받으며 복귀를 꿈꿨다. 포기하려 했던 시기가 오히려 가수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준 셈이다.
그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또 있다. ‘반짝가수’가 되기 싫었기 때문이다. 모세는 올해 데뷔 9주년을 맞았지만, 대중은 그를 ‘사랑인걸’로만 기억한다. 그 스스로도 “나는 반짝가수였다”고 말한다.
“점점 잊혀지면서 원망도 많았고 상처도 받았다. 어둡고 우울했다. 그러다 내 현실을 알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반짝가수라는 단어를 유쾌하게 쓰고 있다. 하하.”
모세는 ‘사랑인걸’로 높은 인기를 누리던 때, 최백호로부터 “너는 반짝가수가 되지 마라”는 충고를 들었다. 꾸준히 사랑받는 가수가 되라는 격려였다.
“내 자존심과 인생(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다. 가수를 포기하려 했는데 오기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래서 죽지도 않고 이렇게 돌아왔다.”
이번 신작 ‘마주치지 말자’는 그 전환점에서 처음 낸 음반이다. 그는 “신인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라며 “욕심 안 부리고 천천히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나이 들어감에 대한 불안, 과거 인기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 이런 욕심은 내려놨다. 물론 이번 음반이 잘 돼야지.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이 있는데.”
‘마주치지 말자’는 아이돌 그룹 비스트의 용준형과 작곡가 김태주가 함께 만든 미디엄 템포의 R&B곡. ‘사랑인걸’ 같은 서정적 발라드와는 거리가 멀다. “공백도 길었고 올드한 느낌 버리기 위해” 젊은 창작자를 찾아 나서 60여곡을 받은 끝에 선택한 노래다. 과거 모세를 알던 사람들은 “그 모세가 이 모세인가?”라며 변화에 놀라움을 표한다.
“이번 음반이 기존의 틀을 깨는 계기가 됐다”는 모세에게 지난 몇 년의 경력 단절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그는 “앞으로 다양한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다”고 했다.
“나이가 들어서도 남자냄새 풍기면서 활동 잘 하는 가수로 섹시한 모습을 유지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갖춘 음악을 하고 싶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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