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37위까지 3할 타율…타고투저 광풍

입력 2014-07-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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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프로야구 전반기는 심판들에게 수난의 시간이었다. 심판의 부담을 덜어주고, 판정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후반기부터 비디오판독이 조기 도입될 예정이다. 스포츠동아DB

■ 키워드로 본 2014 프로야구 전반기

9개 구단 모두 팀타율 0.280 이상 역대 유일
심판 릴레이 오심…후반기 비디오판독 도입
특급소방수 실종…감독들 9회에도 조마조마

4월 세월호의 아픔이 있었다. 6월엔 월드컵 바람도 불었다. 그래도 프로야구는 계속됐다. 그 어느 때보다 순위 예측이 어려웠다는 2014시즌. 그러나 전반기를 마친 상황에서 삼성은 삼성이었고, 한화는 한화였다. 순위와 기록을 떠나 전반기를 규정할 수 있는 키워드는 곧 그 시간들을 지배했던 ‘거대화두’였다.


● 기승을 부린 타고투저…외국인타자의 등장

타자들의 시대였다. 타격 1위 이재원(SK·0.394)은 4할 타율을 넘보고 있고, 37위 송광민(한화)까지 3할이다. ‘3할을 치면 타격의 달인’이라는 야구계의 상식이 민망할 지경이다. 9개 구단 모두 0.280 이상의 팀타율을 기록했다. 이 중 상위 6개 팀은 모두 팀타율 0.290 이상이었다. 두산(0.299)과 넥센(0.298)은 팀타율 3할을 넘볼 기세다. 외국인타자의 등장은 역대 유례를 찾기 힘든 타고투저의 시대에 기름을 부었다.

새롭게 등장한 외국인타자들 중 삼성 야마이코 나바로(타율 0.322 19홈런 57타점), NC 에릭 테임즈(타율 0.332 21홈런 71타점),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타율 0.333 14홈런 54타점)정도가 전반기 강렬한 인상을 보였다. 그러나 외국인타자들의 거센 열풍은 경기가 거듭될수록 정밀한 분석에 막히며 용두사미의 페이스를 그렸다.

그 와중에 메이저리그 9년간 135홈런을 친 커리어를 자랑한다는 SK 루크 스캇은 감독에게 대들다가 퇴출당했고, 두산의 메이저리그 출신 호르헤 칸투는 인종차별 시비에 휘말린 SNS 소동을 일으켰다. 한화 펠릭스 피에는 잇단 비상식적인 돌출행동으로 구단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역대급 외인들이 왔다지만 실력과 별개로 한국프로야구를 존중하는 인성적인 부분에서 생각할 여지를 남겼다.


● 심판 수난시대, 결국 비디오판독 조기 도입

심판들에게는 악몽과 같았던 공포의 전반기였다. 릴레이 오심이 거듭됐는데 원칙 없는 대응으로 권위 추락을 자초했다. 급기야 4월 30일 광주에서는 심판이 필드에 난입한 관중에게 위해를 당하는 ‘참사’까지 빚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심판을 벼랑 끝으로 몰지 말자’는 현실론이 힘을 얻었다. 이후에도 오심은 간혹 나왔지만 더 큰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고, 이 사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후반기 비디오판독을 도입할 방침을 정했다. 심판들의 부담이 덜어진 반면, 비디오판독 요청 제한이 있는 만큼 감독들이 판단할 일이 늘어난 셈이다.


● 롤러코스터 마무리, 감독들의 9회 공포증

오승환(한신)이 일본으로 떠난 뒤 최강 마무리가 실종됐다. 오승환의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 받았던 넥센 손승락, 삼성 임창용은 나란히 기대에 못 미쳤다. 손승락이 22세이브로 1위를 달리고 있으나 2013시즌의 위압감과는 거리가 멀다. 임창용은 6개의 블론세이브로 전반기 막판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유일한 외국인 마무리였던 KIA 하이로 어센시오(15세이브)도 그다지 존재감이 없었다. 마무리 부재 속에 SK와 한화는 몰락했다. 오히려 NC 김진성(14세이브), 롯데 김승회(14세이브) 등 새 얼굴 마무리의 활약이 돋보인 전반기였다. 마무리가 불안하면서 감독들은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는 9회 2사에서 투수를 바꾸는 ‘부관참시’를 연출해 매너 논란을 빚기도 했다.


● 도핑 걸린 이용찬, 아시안게임 엔트리 전쟁

7월4일 KBO는 ‘두산 마무리 이용찬이 도핑테스트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용찬은 ‘피부과 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물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이런 사실을 미리 자진신고하지 않은 책임까지도 자유로울 순 없었다. 이용찬은 10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다. 목표로 했던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도 멀어지게 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맡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구성은 7월14일 2차 엔트리까지 발표된 상태다. 류 감독은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책임감과 병역 혜택을 바라는 선수들의 바람 사이에서 번뇌를 거듭하고 있다. 일부 선수의 엔트리 발탁과 탈락을 놓고 벌써 말이 많지만 류 감독은 “최강의 대표팀을 만들겠다”는 원칙 아래 여러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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