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식 “이순신은 너무 완벽한 인물…내 연기가 부끄러웠다”

입력 2014-07-25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연기 데뷔 25년차, 20여편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 최민식은 “정답을 모르는 숙제였다”고 할 만큼 역사적인 인물 이순신을 마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만큼 영화 ‘명량’은 순간순간 ‘본질’을 고민하게 했지만 그에게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작업임엔 분명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영화 ‘명량’ 이순신 역으로 절정의 연기 펼친 최민식

“쉰 살 넘은 나이에 다시 이순신 공부
큰 존재감…강박에 사로잡히긴 처음
딱 10분만, 그 분과 대화를 해봤으면
이순신 다음 시리즈 출연? 안합니다!”


마치 스크린이라는 전장으로 나가는 배우의 선전포고와 같았다.

한 옥타브 올라간 배우 최민식(52)의 목소리는 인터뷰가 진행된 한 시간 내내 내려올 줄 몰랐다. 격랑의 바다에 배수진을 치고 적진으로 향하는 ‘명량’(감독 김한민·30일 개봉) 속 이순신에 여전히 사로잡힌 최민식은 영화가 만든 설렘과 긴장, 전율을 그대로 드러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다. 숨어서, 몰래, 혼자 보고 싶은 마음이다.”

최민식은 의자에 편히 앉아 영화를 ‘감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 완성된 영화를 처음 마주한 시사회 자리. 그는 극장 뒤에 초조하게 서서 주위 반응을 살폈다. 20여편의 영화를 했지만 “강박에 사로잡혀 연기한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직까지 마음이 개운치 않아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그는 “연기하며 절망스럽기까지 했다”고 고단했던 순간을 돌이켰다.

“이런 사람이, 이렇게 완벽한 사람이 있나 싶었다. 혹시 후대의 과장이 섞인 찬양은 아닐까 의심도 했다. 중학생 때 본 국사책 이후 쉰 살이 넘어 이순신에 관한 책들을 다시 읽었다. 오랜만에 눈이 빠질 만큼 공부했다. 허허! 알아가면서, 그분이 왜 이 만큼 추앙받는지 알았다. 그건 실천에 있었다.”

‘명량’은 임진왜란의 폭풍이 지나간 뒤 다시 왜군의 침략이 시작된 정유재란을 그렸다. 넉넉한 배와 무기도, 나를 믿어줄 편도 없이 전장으로 나가야 하는 건곤일척의 상황. 최민식의 이순신은 지략과 경륜으로 승기를 잡는다. 유명한 명량대첩이다.

“딱 10분만 그 분(이순신)과 대화하고 싶었다. 10분만이라도. 촬영 내내 왜 내가 말도 안 되는 집착을 하는지 답답했다. 어마어마한 존재감에 사로잡혔다.”

개봉을 앞둔 지금, ‘부담을 덜어냈느냐’ 물었다.

“아니. 여전히 찝찝하다.”

최민식과 이순신의 만남은 2년 전 시작됐다. 막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로 흥행을 맛본 뒤였다. ‘명량’을 제의받던 자리에는 김한민 감독과 함께 ‘군도:민란의 시대’를 만든 윤종빈 감독도 함께했다. 최민식 캐스팅을 돕기 위한 김 감독의 지원군인 셈이다.

“나도 사람인지라…. 왜 많은 사람 중 이순신이냐 물었다. 과연 누가 돈을 댈까. 이건 퓨전(사극)이고 뭐고, 잘못하면 큰일이다 싶었다. 아주 속물적인 우려였다. 김 감독을 두 번째 만났을 땐 소주 한 잔 했다. 아! 그 놈의 술 때문에. 하하!”

최민식을 자극한 건 김 감독의 한 마디였다. ‘역사적인 인물을 상업영화에서도 제대로 다뤄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물음이었다. 이후 2년 동안 동고동락한 김 감독을 최민식은 “본질이”란 애칭으로 부른다. 둘 사이 믿음의 깊이를 짐작케 하는 호칭이다.

“김 감독은 촬영장에서 늘 대사의 본질이 어떻고, 장면의 본질이 어떻다고 설명했다.(웃음) ‘본질이’는 그렇게 설명하곤 내 얼굴을 클로즈업해 찍었다. 그러면 나는 그 미세한 눈빛 표현은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정답을 모르는 숙제였다.”

물론 흥행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명량’은 당초 이순신 3부작을 추진하고 있다. ‘한산:용의 출현’, ‘노량:죽음의 바다’가 후속편의 가제다. ‘명량’의 마지막 장면에선 이에 대한 힌트도 주어진다. 다음 시리즈에도 참여하느냐고 묻자 최민식은 일말의 고민 없이 “안 합니다. 이걸로 만족합니다”라더니, 크게 소리 내 웃으며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다음 영화 역시 ‘힘듦’을 예고한 작품.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호랑이와 사냥꾼의 이야기를 그린 ‘대호’다. 지난해 ‘신세계’의 흥행을 함께 이룬 박훈정 감독과 다시 만난다. “마치 ‘미션’ 같은 영화다. 산과 더불어 살아온 남자 역이다. 인간의 탐욕과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이제 호랑이 잡으러 간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