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산타바바라’ 이상윤 “‘엄친아’ 수식어, 고민거리 아니더라”

입력 2014-08-04 10: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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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친아’(‘엄마 친구 아들’의 줄임말), 다정다감한 훈남, 서울대 출신 등 배우 이상윤(33)을 생각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수식어다. 이러한 수식어가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좋은 이미지는 남들보다 앞선 출발선이 된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선입견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윤도 이러한 것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단숨에 떼려고 하지 않을 뿐이다. 무조건 떼는 것이 마냥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리저리 고민을 하다가 한 선배를 만났어요. 그 선배도 꼬리표 때문에 고민하다 언젠가 그냥 받아들였대요. 오히려 수식어에 다른 모습을 더해가는 게 정답이라고 하더군요. 자기가 가진 것을 굳이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요. 그래서 걱정을 떨쳤어요.”

그는 조금씩만 더 나아가기로 했다. 넘치지도 않고 모자라지도 않게. 그래서 ‘산타바바라’를 선택했다. 그는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를 맡았다. 정우는 기존 이상윤이 보여줬던 훈훈한 면도 있지만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허술한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친한 형의 배신으로 빚쟁이들에게 악기를 뺏기는가 하면 이성에게 어수룩한 면을 보이는 등 한마디로 지질한 이상윤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울린다. 정우와 이상윤은 닮았다. 그는 “내 허당스러움이 잘 나왔나?”라며 “사실 나와 닮은 부분이 많아 연기하기 편했다”고 말했다.

“잔잔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내용이라 마음에 들었어요. 당시 ‘내 딸 서영이’에서 몇 개월간 ‘강우재’역을 찍으며 감정을 심하게 소모해서 지친 상태였거든요. 쉬고 싶은 찰나에 감독님이 재충전한다는 기분으로 찍어보자고 하시더라고요. 또 외국 나간다는 소리에 그만….(웃음) 산타바바라가 아름답다고 듣기만 많이 들어봤지 실제 가본 적은 없었거든요. 그리고 쉬면서 촬영해보자는 말에 솔깃했죠. 진짜 ‘산타바바라’를 찍고 나서 재충전이 됐어요. 배터리 100% 충전된 기분? 덕분에 ‘불의 여신 정이’도 잘 들어갈 수 있었어요.”


음악감독 정우(이상윤)와 광고AE 수경(윤진서)의 풋풋한 만남에는 영화 같은 일이 일어나지도 연인들이 주고받는 손발 오그라드는 애교도 없다. 이 커플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밥을 먹다가도 “누구랑 먹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하며 논쟁을 한다. 택시를 타면서 “가끔은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남자의 말에 여자는 “돈 버리고 시간 버리는 그 짓을 왜 하냐”며 반박한다. 보통 남자 정우와 보통 여자 수경은 늘 투덕거리며 사랑을 키워나간다. 금성에서 온 남자와 화성에서 온 여자 같이.

이 영화를 찍으며 이상윤은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파트너였던 윤진서를 보며 ‘정말 독특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윤진서는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같았다. 신세계를 발견한 기분이랄까? 내가 생각지도 못 했던 것을 생각하고 있고 어떤 것에 대해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배우더라. 그를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영화 ‘사이드웨이’의 배경이 되어 화제가 되었던 와이너리를 ‘산타바바라’에서도 만날 수 있다. 풋풋한 연애를 시작했지만 정반대의 성향 때문에 결국 헤어지게 된 완벽주의 광고쟁이 수경과 낭만주의 음악감독 정우는 시간이 흘러 새로운 광고 프로젝트를 위해 다시 만난 두 남녀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산타바바라로 출장을 떠나게 된다. 산타바바라를 향한 공통된 로망을 갖고 있던 정우와 수경은 산타바바라에 도착해 그 로맨틱한 감성에 빠져든다. 식었던 연애감정도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극중에서만 산타바바라에 매혹된 게 아닌가보다. 이상윤은 “산타바바라는 천국이다”라고 극찬하며 수없이 강조했다.

“산타바바라는…. 아, 정말 좋은 곳이에요. 처음으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어요. 날씨도 좋고 자연경관도 좋고…. 천국이 따로 없더라고요. (윤)진서랑 (이)솜이도 오자마자 살고 싶은 외국은 여기가 처음이라고 하더라고요. 다들 농담 삼아 돈 생기면 여기다 집 장만 해야겠다고 하면서 진짜 집값도 물어봤었어요. 아 근데 생각보다 비싸던데요? 돈 많이 벌어야겠어요. 하하.”


이상윤이 이번 영화를 통해 좋아진 것은 산타바바라 뿐만이 아니다. 음악감독으로 분했던 그는 음악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폼만 잡았던 기타연주도 배우고 싶고 LP판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는 “기타가 잔잔한 매력이 있더라. 폼만 잡다보니 정말 배우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원래 음악은 듣는 것을 좋아해요. 어떤 가수를 찾아서 듣는 것은 아니고요. ‘K팝스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좋아해요. 진심이 묻어나고 열정이 녹아든 모습이 좋더라고요. 최근 LP를 통해서 음악 들었는데 좋더라고요. 어렸을 때 LP로 음악을 많이 들었는데 군가를 많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그런가, 어렸을 적 꿈이 군인이었어요. 그러다가 오랜만에 LP를 들은 거예요. 좋더라고요.”

앞서 말했듯, 그에겐 ‘엄친아’라는 수식어가 있다. 이상윤은 그의 수식어를 어떻게 생각할까. 수도 없이 들었을 법한 이 질문이다. 그러기에 이러한 수식어에 대해 늘 고심했다. 배우로서 해결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수없이 고민한 결과 그는 “지금은 꼬리표를 안고 가야 할 시기다”라고 답했다.

“한 때는 ‘엄친아’ 꼬리표를 떼려고 시도를 많이 해봤는데 기회가 많이 오질 않더라고요. 제 연기가 인상적이지 않은 탓도 있겠죠. 그래서 작은 역할이라도 해야 할까 연기에 대해 고민했어요. 하지만 제가 떼고 싶다고 벗겨지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이 이미지를 더 강조하며 변화를 갖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이미지 보다는 연기로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죠. 그러다보면 스스로 틀을 깨는 날이 있겠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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