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쓰는 HE-스토리] 장보규 “꼴찌를 하더라도 선행이 최고다”

입력 2014-08-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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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데뷔해 20년간 벨로드롬을 지켜온 장보규는 경기 초반부터 선두로 치달리는 선행전법의 대명사로 불린다. 어느덧 불혹의 나이가 됐지만 그는 여전히 후배들을 뒤에 둔 채 남성적인 ‘돌격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선행귀신’ 장보규

경륜 원년멤버로 20년째…‘장보규 하면 선행’ 각인
올해 상반기도 선행선수상…경륜 서적 집필 의욕도

경륜은 맨 앞에서 달리면 풍압을 뚫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하다. 그런 점에서 오직 자신의 스피드만 믿고 저돌적으로 앞서 달리는 선행은 남성적이다. 선행 선수의 뒤를 따라오다 막판에 역전을 노리는 젖히기나 추입과는 다른 뚝심이 느껴진다. 그래서 파워를 앞세운 젊은 선수들이 주로 구사하는 작전이 선행이다.

‘선행귀신’으로 불리는 선수가 있다. 올 시즌 19번의 입상 중 무려 17번(89.5%)이 선행에 의한 것이었다. 더 대단한 건 불혹의 1기 선수라는 점이다. 데뷔이후 20년째 ‘돌격 레이스’를 펼치는 그의 이름은 장보규(40)다.


-1994년 원년멤버로 데뷔해 20년이 지났다.

“스피드가 생명인 경륜선수라서 그런지 시간이 더 빨리 흐르는 것 같다. 가끔은 예전 잠실 경륜장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출발대에서 철조망 사이로 관중들의 얘기가 다 들릴 만큼 가까웠다. 뭔가 지금보다는 인간적인 느낌이었다.”


-2012년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선행선수상을 탔다. 왜 그렇게 선행을 고집하나.

“가장 멋있는 전법 아닌가. 꼴찌를 하더라도 선행이 좋다. ‘선행하면 장보규, 장보규 하면 선행’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싶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주는.

“2001년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배다. 비선수 출신 최초로 우승을 했다. 그때 경륜을 직업으로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륜선수가 된 계기는.

“용인대 3학년때 취업설명회에서 경륜을 알게 됐다. 유도 전공이었지만 성적이 안 좋아 ‘직업군인이 될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한국경륜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1기에 도전했다. 4개월간의 훈련원 시절 합숙생활은 힘들지 않았지만, 주행기술이 서툴러 잦은 낙차로 고생을 했다.”


-평소 즐기는 음식은.

“탕수육을 좋아해서 전국 맛집을 찾아다니며 먹을 정도다. 체력을 위한 보양식은 아내가 해주는 삼계탕이다. 기름진 음식이 안 좋다는 얘기도 있지만 몸이 원하는 음식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져 경기력도 올라가는 것 같다.”


-러브스토리를 들려 달라.

“대학 2학년 때 수영장에서 안전요원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매점 직원의 친구가 놀러왔는데 바로 아내(곽현주·40세)였다. 한 눈에 반해 열렬하게 구애한 끝에 결혼에 골인해 9·12세의 두 딸을 두고 있다. 내가 저지르고 보는 ‘무대뽀’인데 반해, 아내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널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다. 대전 유성에서 바이크샵(바이크웨이)을 운영하고 있는데, 아내가 자전거 세팅을 할 정도로 전문가가 됐다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경륜에 관한 매뉴얼을 정리한 책을 쓰고 싶다. 한국경륜이 시행된 지 20년이 됐지만 아직 전문서적이 없다. 책 제목도 생각해 뒀다. ‘경륜, 이 책 하나면 전성기 때 장보규 만큼 탈 수 있다’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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