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시 기억을 되돌려보자. 영화 ‘살인의 추억’(감독 봉준호)에서 얼렁뚱땅 수사로 엄한 백광호(박노식 분)를 범인으로 잡은 뒤 경찰서에서 승리의 쾌재를 부르며 기념 촬영에 임한 형사들을 찍던 사진 기자와 ‘화이팅’ 포즈를 외치라던 취재기자의 뒷모습이 기억나는가.
잠시 나온 단역이었던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10년 뒤 ‘해무’의 메가폰을 잡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주연을 꿰차며 당당히 스크린에 나섰다. 바로 심성보 감독과 배우 유승목이 그 주인공이다.
유승목은 “알고 보니 같은 언론사 출신이더라”며 농을 던지고 “심 감독님이 ‘그게 나였다’고 해서 알게 됐다”고 재미있는 사연을 전했다. 강산이 한 번 바뀐 뒤 두 사람이 만난 ‘해무’서 유승목은 돈을 무엇보다 우선시하는 거친 성격의 롤러수 ‘경수’ 캐릭터로 분해 극한의 모습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선사한다. 돈을 밝히고 과시욕이 있는 성향에 맞춰 파마 머리를 하는 등 촌스러운 멋은 웃음을 전달하기도 한다.
“짜임새 있고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어요. 이걸 보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걱정이 될 정도로. 이대로 촬영을 하면 제대로 된 영화 하나 나오겠다 싶었죠. 전체적인 수위가 세긴 해서 낮추긴 했어요. 제가 맡은 경구도 극 초반부터 악인이었는데 수위를 좀 줄였어요. 처음엔 순박한 뱃사람이지만 크나큰 사건을 겪고 잔혹한 사람이 돼서 감정의 폭을 늘리면 더 좋을 것 같았거든요. 경구는 똑똑하지도 않잖아요. 물고기로 비유하면 잔챙이죠. 주면 주는 대로 덥석 무는 애들 같은…. 그래서 충동적이고 욕심도 많지만 미워할 수 없는 게 경구인 것 같아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바다안개가 밀려오는 ‘전진호’ 안에서 극단적인 상황을 빠진 캐릭터들은 각자의 욕망을 표출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다. 누군가는 배를 지키기 위해, 누군가는 여성을 향한 욕정 때문에, 누군가는 돈을 더 많이 얻으려는 서로 다른 욕망이 출동한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와도 캐릭터들은 지나칠 정도로 자신의 욕망에 대해 집착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 유승목도 마찬가지였다.
“파도가 넘어와서 목숨이 껄떡껄떡하는 상황에서도 돈을 챙기려는 최악의 모습을 보이죠. 경구는 ‘돈’에 집착하는 인물이라 그래요. 습관적으로 돈을 챙기는 사람이죠. 그래서 이 모습을 연기하기가 참 힘들었어요. 납득하기도 어려웠고요. 아니, 당장 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눈에 돈이 먼저 보이는지…. 그래서 감독님과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이야기 했죠. 근데 정작 안개가 깔리고 배 위에서 리허설을 하는데 분위기가 탁! 잡혔어요. 제 고민들이 순식간에 사라졌죠. 극 속 사건이 벌어지고 제게 와야 할 멘붕(멘탈 붕괴)가 제대로 오더라고요.”
하지만 유승목은 “‘해무’는 우리의 삶”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살며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는 욕심을 갖고 있다. 그 욕심으로 선택을 하고 살며 그 선택으로 인생이 결정될 때가 있다. 순간의 선택이 잘못된 길로 갈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때문에 우리는 열심히 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 인생은 또 아름답다”고 밝혔다.

유승목은 1993년에 연극배우로 무대에 섰다. 어렸을 적부터 배우를 꿈꿨지만 부모님의 바람대로 연극영화학과의 꿈을 포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저히 배우의 꿈을 저버릴 수 없어 연극부에 지원했고 30살에는 단국대 연극영화학과로 편입하며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발걸음을 뗐다. 대학로에서 선배들과 연극을 하며 졸업 작품 등으로 단편 영화를 찍기도 했다. 그것이 그의 첫 스크린 진출이기도 했다. 그렇게 무대에 서던 그가 만난 사람이 봉준호 감독이었다.
“제가 영화배우로는 거의 초년이었을 때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어요. 그 때도 배우에 대한 배려가 컸어요. 어찌나 매번 배우 생각을 먼저 하고 영화도 잘 찍는지…. ‘살인의 추억’이 10년이 지나고 이젠 스타 감독이 됐지만 인품은 여전하더군요. ‘해무’는 제작자이기 때문에 좀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 싶었는데 그냥 그대로더라고요.”
10년을 함께한 봉준호 감독이 있다면 초면인 경우도 있었다. 바로 김윤석과 박유천이다. 유승목은 “윤석 형님을 처음 봤다. 실제로도 선장처럼 배우들을 잘 이끌어주셨다. 또 연기는 어찌나 잘하시는지…. 사람들이 왜 형님을 찾는지 알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동식 역을 연기한 박유천에 대해 묻자 ““처음엔 그렇게 유명한 친구인 줄 몰랐는데…. 제 딸도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더라.(웃음) 그렇게 유명세를 타는 친구가 그 고생하면서 참 연기를 열심히 했다. 온 몸이 얼어도 힘든 기색 하나 내지 않았다. 정말 우리 전진호 막내 같았다. 겉으로는 표현 못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멋진 배우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는 인복이 많은 배우”, “정말 감사했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그는 “모든 작품마다 많은 분들에게 좋은 것을 배웠다. ‘해무’에서는 좋은 배우들과 함께 했던 것만으로도 내게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이런 멋진 역할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니 모든 순간이 감사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겸손함과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해무’를 하면서 정말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 해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스스로를 내려놓는 작품이 되기도 했고 새로운 발판이 되는 영화이기도 해요. 정말 좋은 연기를 해서 좋은 배우가 돼야겠죠.”
인터뷰 후, 휴대폰으로 음성 메시지가 한 통 왔다. 오늘 인터뷰를 하게 돼서 반가웠고 다음에 또 보자는 유승목의 메시지였다. 인사마저도 진심 어리다. 벌써 차기작에서 만날 그의 모습이 기대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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