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인 아시아] 야구 변방 태국, 실력차 컸지만 열정은 금메달

입력 2014-09-24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태국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한국팀 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태국대표팀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한국팀 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일본인 태국 감독은 연신 “고맙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경의를 표한다”며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했다.

22일 문학구장. 태국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야구 B조 예선 1차전에서 한국에 15-0, 5회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어찌 보면 고개를 들 수 없는 참패. 그러나 태국 야구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도쿠나가 마사오 감독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한국기자들을 만나 “한국 대표팀에게 경의를 표한다.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되는 상대에게 전력을 다해주셔서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봐주기식’으로 설렁설렁 경기에 임하는 것은 오히려 약체팀에 대한 모독이다. 전력을 다해 싸워주는 것이야말로 강팀이 약팀에 베풀 수 있는 최고의 배려라고 도쿠가와 감독은 생각하고 있었다.

태국은 야구 변방국이다. 제대로 된 팀조차 하나 없다. 일본 대학야구 감독까지 지낸 뒤 약 3년 전부터 태국에 야구를 이식하기 위해 몸을 던진 도쿠나가 감독은 “태국은 야구가 대중화되지 않았다. 야구를 하는 사람은 모두 합쳐서 100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선수 중 4명은 고등학생이고, 20대 선수들은 대부분 대학생이다. 교사도 있고, 군인도 있다고 했다. 도쿠나가 감독은 “선수들이 학교에 가야하고, 직장에 나가야하기 때문에 주중에는 모일 시간이 없었다. 8월부터 주말에 모여 집중훈련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태국에서 한국교민들이 매주 일요일에 경기를 해줬다. 감사하다”는 뜻을 나타냈다.

태국은 이날 한국전에서 실력차를 절감했다. 수비에서 평범한 플라이에도 기본적인 포구가 되지 않아 일명 ‘만세’를 부르는 일도 잦았고, 기록되지 않은 실책도 숱하게 나왔다. 그러나 그들은 그라운드에 온몸을 던졌고, 이를 악물고 달렸다. 기량은 떨어졌지만 열정만큼은 뜨거웠다.

태국이 언제쯤 아시아 야구 강국으로 도약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마냥 야구가 좋아 야구 불모지인 태국에서 야구 유니폼을 입은 이들은 꿈을 안고 도전을 하고 있다. 그 작은 희망의 씨앗에 물을 주고 있는 도쿠나가 감독은 “18세 이하 선수들이 자라서 5년∼10년 내에 대표팀 주축이 될 것이다. 선수들의 실력을 키워 강팀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날 한국전의 참배는 하나의 패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먼 훗날 태국야구가 꽃을 피우는 데 소중한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