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에어컨 바람조작’ 결백 이면의 망신

입력 2014-09-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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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카메라 등 전력 가동 문제가 원인
조직위 변압기 등 전기 설비 보강 촌극

“배드민턴 경기장서 에어컨 바람을 조작했다고?”

일본에서 제기해 중국까지 퍼져나간 2014인천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에어컨 바람 조작 의혹은 진실을 파헤칠수록 같은 결과가 나온다. 조작은커녕 조절도 어려운 시설은 트집과 오해가 사실이 아니라는 명백한 반증이지만 뒤집어보면 망신과 창피함이 가득 남는다.

일본배드민턴대표팀 단식 에이스 다고 겐이치는 21일 인천계양체육관에서 한국과 남자단체전 8강전에서 패한 뒤 “에어컨 바람이 강해 당황했는데 상대(손완호)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는 발언을 했다. 이튿날 요미우리신문이 이를 보도했고 중국 등 해외언론에 퍼졌다. 22일 경기를 마친 모든 선수들은 ‘에어컨 바람’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러나 다고 겐이치의 발언 1시간여 후 한국대표팀 에이스 이용대도 비슷한 내용을 한국 취재진 앞에서 털어놨다. 남자복식 세계랭킹 1위 이용대-유연성은 세계랭킹 4위 엔도 히로유키-하야카와 겐이치와 경기에서 무척 고전했다. 1세트를 15-21로 내줬는데 유독 상대 코트 라인을 넘어가는 아웃이 많았다. 다고 겐이치의 의혹 제기에 대해 전혀 몰랐던 이용대는 “배드민턴은 셔틀콕이 가벼워 매우 예민한 종목인데 에어컨 바람이 강해서 초반에 무척 당황했다”고 말했다. 22일 중국과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패한 대표팀 단식 에이스 성지현도 “에어컨 바람은 배드민턴 선수로 아쉬움이 느껴지는 부분이다”고 말했지만 패배를 ‘바람’ 탓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만약 조작이 이뤄졌다면 이용대와 성지현이 어려움을 호소했을 까닭이 없다.

확인 결과 계양체육관은 에어컨의 풍속, 풍향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배드민턴 경기장으로는 매우 치명적이다. 게양체육관은 인천아시안게임을 위해 최신식으로 건설됐지만 배드민턴 전용경기장이 아닌 다목적 경기장이다. 평소엔 배드민턴 배구 핸드볼 등 다양한 경기가 펼쳐지는 곳이다. 따라서 에어컨의 풍속과 풍향에 민감한 배드민턴 경기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에 영향을 끼칠 소지는 있는 셈이다.

그렇다하더라도 일본 측에서 제기한 ‘에어컨 바람 조작’ 의혹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바람이 일정한 방향으로 계속 불어 특정 코트가 불리할 수 있지만 배드민턴은 세트 마다 한 번씩 코트를 바꾸기 때문이다. 한쪽에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다. 한국대표팀 이득춘 감독은 대회시작부터 수차례 “에어컨을 차라리 끄고 경기하자”는 요청을 했었다. 에어컨이 경기에 영향을 줄 경우 심판은 작동 중단을 요청할 권한이 있지만 국제심판 모두 그 정도 수준이라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에어컨 바람 논란의 원인은 다른 곳에 있었다. 계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배드민턴 전 경기는 주관 방송사에 의해 아시아 전역으로 중계되고 있다. 수 십 여대의 카메라와 장비가 가동돼 전력이 매우 불안했다. 그 영향으로 에어컨 가동도 일정치 않았다. 그 결과 코트 위 모든 선수들이 혼란을 느꼈다. 조직위원회는 급히 변압기 등 전기 설비를 보강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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