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연 “아버지 영전에 메달 바치겠다”

입력 2014-09-24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세팍타크로 여자대표팀 심수연이 21일 훈련도중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그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반드시 정상에 올라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메달을 선사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 인천AG 세팍타크로 메달 기대주 심수연

암투병 간호하다 아버지 위해 세계선수권 출전
귀국하는 날 숨져…“사랑한단 말도 못했는데…”

“사랑한다는 말이라도 했었다면…(눈물).”

그녀는 아버지 얘기를 꺼내면서 쉬이 말문을 열지 못했다. 뚜렷한 윤곽에 조곤조곤 이야기를 들려줬던 그녀는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미안하다”는 말을 대신하며 눈물을 흘렸다. 인터뷰조차 조심스러웠던 그녀. 그리운 아버지, 아버지의 부재가 아직 잊혀지지 않는 듯 했다.


● “사랑해요” 끝내 전하지 못한 말

아버지는 말수가 없었다. 고지식했던 딸과는 대화조차 쉽게 섞지 않았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저 당신의 표현이었고, 아버지의 방식이었다. 같이 찍은 사진도 많지 않다. 하지만 딸은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서툰 사랑을 이해하고,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평소 딸이 출전한 세팍타크로 경기를 보고 싶어 했다. 겉으로 내색하진 않았지만 국내외 대회에서 입상하면 그날만큼은 가끔 서툰 웃음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암이라는 고약한 녀석과 싸우고 있었다. 지난 7월 출전하기로 한 전국 남녀종별 세팍타크로대회 무렵 병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딸은 훈련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아버지 병실을 지켰다. 하지만 좋지 않은 몸 상태 속에서도 대회 출전을 강행했다. 아버지의 뜻이었고, 괜찮아 질 거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실제로 아버지는 병세가 호전됐다. 엄마는 아버지가 운동도 할 수 있을 만큼 회복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딸은 불안한 마음을 안고 8월 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킹스컵)에 출전했다. 레구(3인제)와 팀 경기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비록 금메달은 아니었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들고 귀국하는 길. 갓 비행기에서 내린 인천국제공항에서 긴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아버지는 사경을 헤맸고, 고모는 아버지에게 마지막 메시지를 전하라고 했다. 딸은 “빨리 가겠다”고 말하면서도 끝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영 그 말을 전할 수 없게 됐다.


● 아버지의 영전에 메달을

아버지는 그렇게 운명을 달리 했다. 딸은 아버지가 가는 마지막을 보지 못해 아직도 한스럽고 눈물부터 치민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2014인천아시안게임. 딸은 아버지를 위해 뛴다. 29일 아버지의 49제에 앞서 28일 팀 경기 결승전이 열린다. 대회 중이라 고향인 충남 서천 49제에 참석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반드시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허리가 좋지 않아 은퇴를 고민했던 불과 몇 개월 전은 잊혀진 과거다. 지금은 오로지 메달을 위해 전력투구할 뿐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그리며 뛰고 또 뛴다. 아버지 영전에 메달을 바치려 땀을 흘리는 그녀의 이름은 세팍타크로 여자대표팀의 심수연(26·부산환경공단)이다.

인천|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angjun4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