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5초나 퇴보? 박태환 미스터리

입력 2014-09-2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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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왼쪽)이 23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벌어진 2014인천아시아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을 마친 뒤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쑨양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bluemarine007

■ 박태환 자유형 400m 동메달

200m 이어 400m도 쑨양·하기노에 완패
팬퍼시픽선수권때보다 5초18 기록 저하
최고기록 3분41초53엔 6초80이나 뒤져
단순한 심리적 부담보다 몸상태 이상 의심


자유형 400m에서도 설욕전을 펼치지 못했다. ‘마린보이’ 박태환(25·인천시청)이 23일 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8초33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중국의 수영스타’ 쑨양(23)이 3분43초23으로 금메달, ‘일본의 샛별’ 하기노 고스케(20)가 3분44초48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박태환은 자유형 200m, 계영 800m에 이어 이번 대회 3번째 동메달을 따냈다. 2006도하대회와 2010광저우대회에 이어 3회 연속 아시안게임 3관왕에 오르려던 꿈도 사실상 무산됐다. 박태환은 24일 계영 400m, 25일 자유형 100m에 출전한다.


● 1개월 만에 5초 이상 기록 후퇴한 이유는?

이날 박태환은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세운 본인의 최고기록(3분41초53)은 물론, 8월 21일 팬퍼시픽수영선수권에서 우승할 때 찍은 시즌 세계랭킹 1위 기록(3분43초15)에도 미치지 못했다. 팬퍼시픽대회와 인천아시안게임은 약 한 달의 격차를 두고 열렸다. 이 기간 박태환은 인천에서 마무리 담금질에 구슬땀을 흘렸다. 그럼에도 5초 이상 기록이 후퇴했다는 점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결과라는 분석이다.

한 수영관계자는 “단순히 홈에서 열린 심리적 부담감 때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물을 잡아 추진력을 내는 동작이나 순간적으로 스피드를 올리는 탄력 등의 부분에서 분명히 박태환의 수영이 아니었다. 몸 상태나 컨디션이 정상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전담코치 마이클 볼의 아쉬움 “한 달 전 수준이었다면…”


사실 경쟁자들도 좋은 기록은 아니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부터 최근 4년간 박태환과 쑨양은 메이저대회에서 4차례 맞붙었다. 박태환은 광저우아시안게임과 2011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각각 3분41초53, 3분42초04로 쑨양을 제쳤다. 2012런던올림픽에선 쑨양이 3분40초14의 아시아기록으로 박태환을 꺾었다. 그러나 인천아시안게임에선 3분43초대 기록으로 승부가 갈렸다. 마이클 볼(호주) 전담코치는 경기 직후 “팬퍼시픽대회 수준의 기록이었으면 400m에선 우승이었다”며 아쉬워했다.


● 최종테스트에선 기록 경신 페이스…10일간 무슨 일이?

볼의 아쉬움에는 여운이 있다. 박태환은 12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마지막 테스트를 했다. 50m 구간별로 나눠 실시한 이 테스트의 결과는 본인의 최고기록 이상을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런던올림픽 400m 경기를 앞두고 볼 코치는 100m 구간별 기록을 각각 53초대, 55초대, 55초대, 54초대로 주문한 바 있다. 이 페이스대로 가면 최소한 3분40초대에 터치패드를 찍는다. 본인의 최고기록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기록 경신을 목표로 인천을 겨냥한 박태환은 당초 이 정도 수준의 구간 기록을 염두에 두고 대회를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선 계획이 어그러졌다. 첫 100m는 53초94로 나쁘지 않았지만, 2번째 100m 구간(58초11)과 3번째 100구간(58초41)에서 페이스가 급격히 떨어졌다. 마지막 100m 구간에서도 57초87로 스퍼트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달 12일 시점까지도 박태환은 정상 페이스로 물살을 갈랐다. 지난 열흘간 박태환의 몸 상태에는 어떤 변수가 생긴 것일까. 박태환은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계속 미안한 마음이 든다. 많이 힘에 부치는 것 같다. 남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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