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 종목’ 펜싱 사브르의 대반란

입력 2014-09-2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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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국가대표 신아람이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 AG 펜싱 에페’ 여자 부문 결승전에서 날렵한 공격을 펼치고 있다. 고양|임민환 기자 minani84@donga.com 트위터 @minani84

■ 펜싱, AG 역대 최고성적 원동력은?

금8 은6 동3…사브르 남녀 전 종목 석권
실력 상향 평준화로 단체전 시너지 효과
손길승 회장 ‘비전 2020’ 프로젝트 성과

한국 펜싱에 꽃이 활짝 피었다. 펜싱은 25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플뢰레와 여자 에뻬 단체전 경기를 끝으로 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마무리했다. 최종 성적은 금메달 8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 4년 전 광저우 대회(금 7, 은 2, 동 5)를 넘어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남현희, 정진선, 구본길, 김지연 등 각 종목 간판스타들이 변함없이 선전한 것은 물론 이라진, 전희숙, 허준 등 새로운 스타들의 약진도 돋보였다.


● 종목별-선수별 실력 상향 평준화

사실 그동안 한국이 가장 강세를 보였던 세부 종목은 남현희가 이끄는 여자 플뢰레와 정진선을 필두로 한 남자 에뻬였다. 그러나 남녀 사브르도 2012런던올림픽 여자 개인전(김지연)과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계기로 도약하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네 종목 모두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했다. 펜싱 종목 전체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되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특히 여자 사브르의 약진은 눈부시다. 사브르는 아시안게임(2002년)과 올림픽(2004년)에 뒤늦게 도입돼 초창기 선수들이 꺼려했던 종목이다. 우리나라에선 1990년대 들어 처음으로 여자 중·고교 선수들이 나왔고, 플뢰레나 에뻬에서 빛을 보지 못한 선수들이 전향하는 종목으로 여겨졌을 정도다. 그러나 남들보다 두 발은 늦게 출발했던 한국 여자 사브르가 어느새 세계 정상권의 실력을 갖추고 아시아 정상이던 중국까지 꺾었다. 충분히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단체전에서의 성과가 눈에 띈다. 4년 전에는 단체전 금메달 6개 가운데 2개만 가져왔다. 이번에는 단체전에서도 개인전과 똑같은 수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다. 에이스 이외의 다른 선수들까지 폭넓게 성장한 덕분. 그만큼 저변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 ‘비전 2020’ 향한 SK의 물심양면 지원

펜싱 대표팀 관계자들은 최근의 성과에 대해 대한펜싱협회장을 맡고 있는 손길승 SK 명예회장에게 공을 돌린다. 2009년 1월 손 회장이 취임한 뒤 펜싱협회 예산은 1년 20억원으로 기존의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선수들은 유럽에서 전지훈련을 했고, 그동안 예산 문제로 포기해야 했던 국제대회에 자유롭게 출전했다. 경기력 향상과 세계 최고 선수들의 전력분석에 큰 도움이 됐다. 국제펜싱연맹(FIE) 랭킹도 수직 상승했다. 남자 사브르는 랭킹 1위와 2위에 한국의 구본길과 김정환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자 플뢰레를 제외하면 전 종목 세계 10위 안에 한국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

손 회장은 이번 대회를 위해 아예 고양체육관 인근 숙소에 머물며 k매일 경기장에 출퇴근했다. 이른 아침 경기장에 와 선수들을 격려했다. 덕분에 손 회장이 취임 당시 목표로 삼았던 ‘비전 2020’(2016 리우올림픽 금메달 2개, 2020 도쿄올림픽 세계랭킹 1위)은 초과 달성될 분위기다.


● 아시아 펜싱의 롤모델 된 한국

이제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이 선망하는 펜싱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오완근 대한펜싱협회 사무국장은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브루나이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매일 경기장에 와서 한국 경기를 유심히 관찰하고, 경기 후에는 한국 펜싱과 지도자 교류가 가능하냐는 문의를 해온다”고 밝혔다. 한때 한국은 프랑스나 러시아 같은 펜싱 강국과 연습경기를 치르기 위해 상대의 양해를 구하고 읍소를 해야 하는 형편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국이 당당한 아시아 펜싱의 롤모델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오 국장은 “카타르나 이란 같은 중동 국가들은 한때 우리 경쟁국이라 우리 협회도 기술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실력 차이가 확연해서 우리도 협조나 교류 요청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고양|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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