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서 딸 이름 못 불러 미안했던 한순철

입력 2014-09-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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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철이 29일 복싱 남자 라이트급 8강전을 끝낸 뒤 딸 도이 양을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한순철은 왼손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최선을 다했지만 아쉽게 판정으로 패했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복싱 남자 라이트급 8강전서 0-3 판정패
눈에 피멍 든 얼굴…딸 도이 양도 울먹여
金 약속 못 지킨 아빠에게 “사랑해” 위로

2012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한순철(30·서울시청)은 29일 선학체육관에서 열린 2014인천아시안게임 복싱 남자 라이트급(60kg) 8강전에서 무스타파 알카스베흐(20·요르단)에게 0-3으로 판정패를 당했다. 왼손이 온전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손가락 부상은 핑계일 뿐”이라며 깨끗하게 결과를 인정했다.

눈 주위에 피멍이 든 얼굴로 그가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바로 딸 도이(3)였다. 도이는 이날 관중석에서 아빠의 경기를 지켜봤다. 한순철의 부인 임연아(24) 씨는 “승패가 나오기 직전 도이가 울먹였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마침 도이가 응원을 펼친 자리는 요르단선수단의 응원석 바로 옆이었다. 알카스베흐가 아빠의 안면을 가격할 때마다 요르단선수단의 함성은 더 커졌다. 그럴 때마다 도이는 홀로 고함을 치며 아빠에게 성원을 보냈다. 경기를 마친 한순철은 도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 딸의 환한 미소를 보며 패배의 고통을 달랬다. 그러나 딸과의 만남도 잠시뿐, 한순철은 곧장 선수촌으로 이동했다.

도이는 엄마의 휴대전화로 아빠와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빠, 오늘 왜 내 이름 (링 위에서) 안 불렀어.” 미안한 마음의 한순철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런던올림픽 당시에도 ‘꼭 금메달을 따고 링 위에서 딸의 이름을 외치겠다’고 다짐했던 그였다. “도이야, 아빠가 집에 가서 자전거 사줄게.” 태릉선수촌 생활 때문에 한동안 떨어져있었던 부녀의 안타까운 통화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한순철에게 딸은 고된 훈련 속에서 활력소와 같은 존재였다. 비록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딸에게 메달을 걸어주려던 약속은 지키지 못했지만, 도이는 “아빠 사랑해”를 외쳤다.

인천|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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