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의 한 양치기 채용 공고에 7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에서 양치기 채용 공고에 700명 넘는 지원자가 몰렸다. 일반 기업 평균보다 높은 월급과 숙식 제공 조건이 관심을 끌었지만, 실제 업무는 영하 30도 추위와 고립을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 도시 직장인과 공장 노동자, 대학 졸업 예정자까지 지원하면서 중국 노동시장의 불안한 현실을 반영했다.
28일 로이터통신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중국 네이멍구자치구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목장주는 지난 4월 말 중국 소셜미디어에 양치기 채용 공고를 올렸다.
약 2000헥타르 규모의 초원에서 양 3000마리를 돌보는 일이다. 목장주는 가능하면 부부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목장주는 “이곳에서는 1년 내내 사람을 거의 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겨울철에는 실내 업무도 맡아야 했다. 채용된 사람들은 양에게 먹이를 주고, 축사를 청소하는 일을 해야 한다. 해당 목장은 몽골과 국경을 맞닿은 지역에 있어, 겨울에는 기온이 영하 30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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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1인당 8000위안, 약 179만원을 제시했다. 숙소와 식료품도 제공한다. 이는 중국 도시 민간기업 근로자 평균 월급인 약 6000위안(134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목장주는 “월급은 높은 편이지만, 오래 일할 수 있는지와 겨울을 견딜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 일은 관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996’에 지친 사람들, 초원으로 눈 돌렸나
공고는 큰 관심을 받았다. 공고는 몇 시간 만에 약 5900만 조회수를 기록했고, 관련 댓글도 2만1000건 넘게 이어졌다.
지원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렸다. 상하이와 충칭 같은 대도시의 사무직 근로자부터 제조업 노동자,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까지 지원했다. 목장주에 따르면 지원자의 약 10%는 대학 졸업 예정자나 갓 졸업한 이들이었다. 지원자의 절반가량은 1990년대생이었다.
목장주는 “이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며 “평범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이른바 ‘996’ 문화가 여전히 문제로 지적된다. 장시간 노동에 지친 사무직과 생산직 근로자들이 자연 속에서 일하는 목장 생활에 관심을 보였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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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양치기 일자리에 지원한 21세 남성의 사연도 전했다. 해운 컨테이너 공장에서 일하는 그는 “하루 13시간 넘게 일하며 손이 붓고 물집이 잡힐 때까지 나사를 조이는 일이 어떤지 모를 것”이라며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 강도가 너무 세다. 더는 견디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전자상거래 업계에서 일하는 28세 여성도 양치기 일자리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월 1만 위안(223만 원)을 벌고 있지만, 도시 생활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 여성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힘든 사람들을 계속 상대하지 않고, 세상과 떨어진 조용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 1270만 졸업자에…‘35세의 저주’까지
이번 공고는 중국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중국의 공식 실업률은 5%대 수준이다. 그러나 청년층 실업률은 더 높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6.9%였다.
올여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27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노동시장에 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확산과 기업들의 비용 절감 움직임도 취업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에서는 이른바 ‘35세의 저주’도 노동시장 불안을 키우는 말로 쓰인다. 기업들이 35세 이상 구직자를 꺼리는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이번 지원자 가운데 1990년대생이 많았던 점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목장주는 목장 근무 경험이 있는 1980년대생 부부를 채용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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