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의 문’ 언제까지 한석규 등에 업혀 있을텐가

입력 2014-09-30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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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SBS

SBS 대기획 '비밀의 문'(극본 윤선주, 연출 김형식)이 하반기 기대작으로 평가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 초라한 성적표로 시청자들마저 당혹케 하고 있다. 한석규 이제훈 등 스타들이 총출동한 드라마여서 실망감이 크다.

'비밀의 문'은 1회 초부터 연잉군의 즉위와 관련된 맹의를 앞세우고 선위(임금 자리를 생전에 물려줌) 파동이라는 굵직한 사건을 내세워 호기심을 자아냈다. 또한, 자애로운 세종에서 변덕스러운 영조로 분한 한석규과 영민한 사도세자가 된 이제훈의 조합도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30일 현재 '비밀의 문'은 7.9%(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회인 9.7%에 비해 1.8%P라는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비해 동시간대 1위인 MBC '야경꾼 일지'는 꾸준히 9%~1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분명 '비밀의 문'도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창조된 팩션사극이다. 그러나 '야경꾼 일지'는 배경만 조선일 뿐, 역사적 사실이 전혀 가미되어 있지 않은 판타지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정도전'이 '해를 품은 달'에게 밀린 꼴이다. 그렇다면 특별기획도 아닌 대기획이라는 타이틀까지 붙은 '비밀의 문'은 어쩌다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일까.

사진│SBS 화면 캡처


그 원인의 첫번째로는 '맹의'라는 문서를 들 수 있다. 노론의 신하들이 세제였던 연잉군을 용상에 올린다고 결의했다는 이 문서는 예진화사 신흥복이 살해 당하는 원인인 동시에 사도세자와 영조가 부자(父子)에저 정적(政敵)으로 돌아서는 계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의 불친절한 설명 덕에 시청자들은 왜 저 문서에 저렇게 목숨을 거는지, 무고한 인명까지 살상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비밀의 문'이 가진 유일한 아이템이 별다른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사진│SBS


이런 흐름으로 인해 당연히 맹의를 지키려는 인물들도 매력을 잃는다. 과거 '뿌리깊은 나무' 속 세종을 끝까지 괴롭혔던 밀본이라는 비밀결사와 정기준이 명분을 지닌 악역으로서 활약했던 것과 달리 맹의를 작성한 노론 중신들은 자신의 권력을 지키려는 수구세력으로 보일 뿐이다. 또한, 사도세자를 지지하는 소론 역시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탓에 '비밀의 문'은 온전히 영조와 사도세자를 연기하는 한석규와 이제훈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다. 주변 인물들이 어시스트를 못해주니 알아서 슛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 스트라이커 신세다.

그럼에도 투톱이라고 하기엔 이제훈의 기가 부족하다. 점차 성장하고 변화하며 백성을 생각하는 사도세자로 거듭났다는 설정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유약하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가상의 인물인 소녀탐정 서지담까지 끼어드니 이야기는 중구난방이 될 수 밖에 없다.

과거 호평을 받았던 '뿌리깊은 나무'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원문에서 따온 말이다. 지금 현재 '비밀의 문' 제작진이 되새겨야 할 말이기도 하다.

맹의부터 선위파동, 연쇄살인 등 온갖 얕은 수로만 드라마를 채울 수는 없다. 당연히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이야기가 깊게 뿌리를 내려야 하는 법이다. 한석규와 이제훈이 아깝지 않도록 얼개가 튼튼한 스토리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진제공│S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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