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습, 다시 한번!” ‘원조 셔틀콕 퀸’ 방수현이 1996 애틀랜타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확정지은 후 기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방수현은 “2016리우올림픽에서 꼭 우리 선수가 여자단식에서 우승하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히로시마 대회 ‘2관왕’ AG 첫 단체전 우승
여자단식 금메달은 이후 20년간 자취 감춰
“성지현, 신체조건·기량 비해 체력 아쉬워”
2014인천아시안게임 배드민턴 경기가 열린 인천 계양체육관 미디어 작업실. 170cm가 넘는 큰 키에 정장을 입은 한 여성이 컴퓨터 앞에 앉아 자료정리에 집중하고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나이 지긋한 취재진 한 명이 힐긋힐긋 얼굴을 보다 일행에 돌아가 한참을 설명한다. 몇몇 동남아시아 취재진도 관심을 보였다. 잠시 후 인도네시아 취재진은 기자에게 “저 사람이 그 ‘방’이 맞나?”라고 물었다. 맞다, 그 ‘방’은 방수현(42)이었다.
● 두 아이의 엄마가 된 셔틀콕 퀸
많은 해외기자들도 또렷이 기억하고 있는 이름 방수현. 1990년대 세계를 정복한 셔틀콕 퀸은 지금 미국 루이지애나주에서 아내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 살고 있다. “둘째를 낳기 전인 2009년까지 세계배드민턴협회 이사로 활동했지만 지금은 아이들 키우느라 다른 일은 못하고 있다”며 웃는 그녀는 MBC 해설위원으로 인천을 찾았다. 가족들과 잠시 작별하고 다시 선 경기장, 여전히 가슴은 뜨거웠다.
“미국에 있을 때는 그런 게 없었는데 다시 아시안게임에서 뛰고 있는 후배들을 보니 설렌 마음도 들고 예전 생각도 많이 난다”며 바로 후배 선수들 걱정부터 한다. “성지현은 개인적으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신체적 조건과 기량을 보면 충분히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체력이 조금 아쉬운 것 같다”고 말했다.
방 위원은 배드민턴이 처음으로 올림픽종목으로 채택 된 19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여자단식 은메달, 1996애틀랜타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목에 건 최고의 선수였다. 아시안게임 참가는 1994히로시마 대회가 유일했다. 방 위원은 “애틀랜타올림픽 이후 은퇴하면서 아시안게임은 단 한 번 밖에 뛰지 못했다. 그만큼 더 기억이 많이 남고 애착도 크다”고 말했다.
● 20년 동안 자취를 감춘 한국의 여자단식 금메달
히로시마대회에서 방수현은 단체전과 여자단식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며 2관왕에 올랐다. 2년 전 바르셀로나에서 패했던 필생의 라이벌 수산티와 결승을 꿈꾸며 단 1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대회를 준비했다.
방 위원은 “사실 개인전보다 단체전 우승이 더 소중하게 남아있다. 한국배드민턴의 아시안게임 첫 단체전 우승이었다. 동료들과 함께 이뤄 더 기뻤고 자부심도 컸다. 결승전? 수산티가 준결승에서 일본 미주이 히사코에게 져버렸다. 바로 옆 코트에서 준결승을 함께 치렀는데 경기 중간 코치님이 ‘수산티가 지고 있다. 준결승 이기면 무조건 금메달이야!’라고 소리쳐 더 힘이 났다”고 웃었다.
결승전은 개최국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미주이 히사코와 한일전이었다. 결과는 세트스코어 2-0의 완벽한 승리였다. 폐막식 전날 열린 경기로 일본 현지에서 높은 관심이 쏟아졌고 방수현은 아시안게임 두 번째이자 마지막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방 위원의 금메달 이후 한국은 여자단식에서 무려 20년이나 아시안게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올림픽도 방 위원의 1996애틀랜타 우승이 마지막이다.
방 위원은 “올림픽은 2년 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아시안게임은 4년 뒤 꼭 우리 선수가 단식에서 우승하길 손꼽아 바라고 있다. 중국선수들이 여자단식을 석권하고 있는데, 보고 있으면 화가 난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자신들보다 빠른 상대 앞에서 당황한다. 미국에 살고 있지만 항상 후배들을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