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천아시안게임 기간 동안 각국 기자들도 열띤 취재경쟁을 펼쳤다. 인천 송도에 자리 잡은 메인미디어센터(MMC) 내 공동작업구역에서 각국 취재진이 기사 작성과 사진 송고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방송 제외한 일반 취재진 총 3094명 등록
한국이 1293명 최다…중국·일본·대만순
북한 20명 파견…국정원·경찰 별도 관리
국내 북한 매체 제한…팩스로 기사 송고
2014인천아시안게임은 명실상부하게 아시아 최고의 종합스포츠이벤트이다.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이번 대회에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국, 1만3000여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36개 종목에서 439개의 금메달을 놓고 4년간 갈고 닦은 기량을 겨루고 있다. 이렇듯 선수들이 땀내 물씬 풍기는 필드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취재진도 장외에서 열전을 치른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에 등록한 뒤 곳곳에서 활동 중인 취재진의 숫자만 해도 9300여명(방송 포함)에 이른다.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다. 상당수가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 마련된 메인미디어센터(MMC)를 중심으로 24시간 밤낮 없이 일하고 있다. 이곳에는 완벽한 기사송고·영상송출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 카테고리별 출입권한 부여
MMC를 포함한 인천 곳곳에선 증명사진이 선명한 AD카드(신분증)를 목에 건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신원이 확인돼 AD카드를 발급받은 외국인의 경우, 대회 개막 30일 전부터 폐막 후 15일까지 비자 없이 자유로운 출입국을 보장받는다.
색상으로 구분된 카테고리에 따라 신분이 나뉜다. 신문·잡지 등 인쇄매체와 인터넷언론 기자들은 알파벳 ‘E’가 새겨진 카드를 받는다. 사진기자들은 ‘EP’, 사진기술요원은 ‘Ept’로 구분된다. 다만 사진촬영을 위해선 별도의 사진기자 조끼(Bib)와 완장을 착용해야 한다. 비방송권자를 의미하는 ‘ENR’은 방송기자 외에 PD, 아나운서, 해설위원, 카메라맨, 카메라 보조요원 등이 해당된다.
그렇다면 꼭 AD카드를 소지한 기자들만 아시안게임 현장을 취재할 수 있을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2회에 걸친 등록시기를 놓쳐 AD카드를 발급받지 못한 이들은 경기장이나 MMC 방문 목적으로 임시출입증(Day Pass)을 발급받을 수 있다. 물론 1회용이다. 다만 발급절차는 까다롭다. 또 AD카드 소지자 모두가 취재권한을 갖는 것은 아니다. 수영, 싱크로나이즈드, 기계체조, 육상 등 올림픽에서도 인기가 높은 종목들에 대해선 취재용 입장권을 별도로 신청한 뒤 수령해야 한다. 특히 이번 대회에선 리듬체조도 인기종목으로 분류돼 눈길을 끌었다. 취재기자들도 한정된 수량의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하지만, 좀더 ‘좋은 그림’을 뽑아내야 하는 사진기자들의 자리 확보 노력은 한층 더 치열하다.
● 보도진 숫자가 관심도?
조직위에 등록한 9300여명 가운데 방송을 제외한 일반 취재진은 3094명이다. MMC는 MPC(메인프레스센터)와 각국 방송권자(주관방송사 포함) 인력이 주로 활동하는 IBC(국제방송센터)로 나뉜다. 방송은 카메라맨, 카메라 보조 등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만큼 숫자가 많다. 일단 3094명 중 한국인은 1293명이다. 취재기자 633명, 사진기자가 417명, 사진기술요원 113명, 비방송권자 130명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다른 국가들의 상황. 어쩌면 아시안게임에 대한 관심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의 우스갯소리처럼 어느덧 아시안게임은 ‘중국 전국체전’으로 불리고 있는데, 실제로 중국 기자들이 가장 많다. 387명으로 개최국 한국 다음이다. 취재기자가 255명, 사진기자가 95명이다. 다음은 일본으로 383명이 등록했다. 취재기자가 226명으로 다소 적었고, 사진기자가 136명에 달해 눈길을 끈다. 대만은 107명의 취재진을 파견해 동아시아 한·중·일 3개국 다음으로 많았다. 특징이 있다면 비방송권자 인력이 많다는 점. 49명으로 취재기자 38명, 사진기자 20명보다 많다. 이밖에 인도네시아와 태국에서 83명씩, 홍콩과 인도에서 각각 67명과 65명의 취재진이 방한했다. 또 베트남 59명, 방글라데시 48명의 취재진이 이번 대회 현장을 누비고 있다.
국내에서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시선을 끌어온 북한은 ‘언론통제국’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모두 20명을 파견했다. 모두 1차 등록은 건너뛰었고, 추가 신청을 통해 등록했다는 후문이다. 취재기자 15명과 사진기자 4명, 사진기술요원 1명이 방한했다.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국가들의 취재진은 아무래도 적다. 아프가니스탄에선 비방송권자 3명, 쿠웨이트에선 취재기자 2명, 레바논과 오만에선 취재기자 1명씩을 보내 가장 적었다. 10년간 포화가 그치지 않고 있는 이라크도 13명을 파견한 반면 시리아와 동티모르에선 아무도 보내지 못해 대조를 이뤘다.
한편 아시아 권역(OCA)에서 등록한 2921명 외에 비아시아 권역에서도 173명의 취재진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찾았다. 해외 취재진은 해당국 NOC(국가올림픽위원회)의 자체 심사 후 한국 법무부의 비자심사를 거쳐 취재 승인 여부가 최종적으로 결정되는데, 이 과정에서 홍콩 20명, 대만 8명, 중국 6명이 승인을 거부당했다.
● 숙식&교통
각국 임원진과 심판진은 별도로 마련된 인천과 서울 지역 곳곳의 호텔에 체류하지만, 선수들은 대부분 아파트 형태의 인천 구월동 아시아드선수촌에 머문다. 취재진도 선수촌 인근 2900실 규모의 미디어촌에서 생활한다. 이 중 일반 보도진을 위해 882실이 마련됐고, 나머지는 주관방송사와 방송권자에게 분배됐다. 이곳은 뷔페식 조식을 제공하고, 공동세탁장이 유료와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이밖에 4∼5성급 미디어호텔도 평균가보다 저렴한 금액에 운영되고 있고, 3성급 호텔과 모텔도 개방됐다.
여기에는 한 가지 스토리가 숨어있다. 숙박에서 국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 중국, 일본, 중동 산유국 등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수준의 국가에서 온 취재진은 비교적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지만, 소득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온 이들은 저렴한 모텔을 주로 이용한다. 동남아시아의 A국가에서 온 40여명의 취재진은 인천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의 2∼3개 모텔에 나눠 머물고 있다. 미디어촌과 호텔 등에 체류하지 않는 인원들은 인천 시내 원룸이나 아파트를 단기 임대하기도 했다.
미디어촌-호텔-경기장 등 주요 지역으로 이동할 때는 사전 승인된 취재 차량이나 MMC에서 타임테이블에 따라 왕복하는 셔틀버스에 탑승한다. 정치적 특수성으로 인해 국가정보원, 경찰의 별도 관리를 받아야 하는 북한 취재진은 전원이 미디어촌에 머물며 조직위 차원에서 따로 지급한 SUV 차량으로 다양한 행선지를 오간다. 국내에서 북한 매체에 접속하는 것은 법적으로 엄격히 제한되고 있어 이들은 타국 기자들과 달리 인터넷이 아닌 팩스를 활용해 기사를 송고한다.
인천|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