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피톤 프로젝트 “나를 부수고 얻은 다양성…새 앨범에 담아”

입력 2014-10-12 1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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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담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노래가 듣는 이들의 감성을 살포시 감싼다. 에피톤 프로젝트(차세정)의 음악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한 편의 시가 되기도 하고, 먹먹하게 가슴을 적시는 단편 소설이 되기도 한다. 음악과 문학이 공존하는 듯한 그의 앨범을 통해 많은 이들이 무언가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위로받는다.

TV에 얼굴을 자주 비추지 않아서일까? 혹자들은 알 수 없는 기준을 들이대며 에피톤을 ‘인디 가수’로 분류하지만, 사실 그의 음악은 이미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발라드 감성이 묻어나는 멜로디와 일상을 소소하게 담아낸 듯한 가사에서 오는 ‘공감’ 덕분이다.

“낙서하고 끄적이는 것을 좋아해요. 집과 작업실 휴대전화 곳곳에 포스트잇과 메모장이 붙어있죠. 그런 것들이 산적해있으면 어느 순간 이거다 싶을 때가 있어요. 이처럼 가사를 쓰고 곡을 만들 때 일상적이고 평범한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편이죠.”

그렇게 탄생한 음악들을 통해 에피톤은 대중적인 사랑과 함께 대중가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12년 가수 이승기와 함께 작업한 앨범 ‘숲’ 타이틀곡 ‘되돌리다’는 음원차트에서 5주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2AM 슬옹 이석훈 백아연 홍대광 등과 작업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일이 많이 몰렸고, 굉장히 바빴어요. 다른 가수들과의 앨범 작업이 신 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막상 내 것을 하려고하니까 준비가 덜 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훌쩍 이탈리아로 떠났죠.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간이었어요. 자정작용이 됐고, 새로운 것이 생겨난 거 같아요.”

이탈리아 여행은 결정적이었다. 여기서 받은 영향은 지난 16일 발매한 세 번째 정규앨범 ‘각자의 밤’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에피톤은 자유롭게 활동하는 현지 예술가들을 보며 조금 더 자유로워져야겠다고 느꼈고, 그동안 스스로를 가둔 틀을 깨부쉈다. 타이틀곡 ‘미움’을 포함해 그간의 편견을 깬 다양한 장르의 노래 12곡이 앨범에 수록됐다. 큰 변화였다.

“어떤 분들은 ‘전주만 들어도 에피톤인 줄 알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좋게 말하면 자신만의 스타일이겠지만 그동안 내 것을 재탕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많은 고민을 했고, 기존에 만들었던 데모들을 다 처분했죠.”

그는 대중음악가로서 새로움 신선함을 추구해야한다는 책무를 느끼고 있었다. 이에 음악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 것. 에피톤은 “음반 하나로 여러 가지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 선우정아와 아진, 손주희 등 객원 보컬을 영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객원보컬 체제로 다시 돌아갔어요. 저의 목소리를 기다리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창자가 1명인 것이 조금은 지겨울 수 있겠다고 느꼈죠. 그래서 곡과 보컬이 잘 맞는 사람으로 영입을 했습니다. 감사하게도 결과물들이 정말 만족스럽게 나왔어요.”

에피톤은 “팬들이 그동안 나에게 기대하는 음악이 있었기에 이번 앨범에 대한 호불호가 조금은 갈리는 거 같다”면서도 “그릇을 넓혀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변화를 예고했다.

“저는 힙합부터 락 EDM까지 음악을 다양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동안 제가 보여드리지 못한 것을 이번 앨범을 통해 보여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에피톤 프로젝트가 이런 음악도 하는 구나 이런 색깔도 나오는 구나’하는 소리를 들어보고 싶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활동으로 찾아뵐 수 있을 거 같아요. 음악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것이 될 수도 있겠지요.”

동아닷컴 정준화 기자 jj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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