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사표 던지고 롯데 떠난다

입력 2014-10-17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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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시진 감독. 스포츠동아DB

■ 오늘 시즌 최종전 마치고 ‘자진사퇴’ 표명

‘식물 감독’ 만든 프런트 향한 강한 의사 표시
롯데, 양승호 감독 이어 또 계약기간 못 채워
칼바람의 계절…벌써 차기감독 명단 떠돌아

롯데 김시진 감독이 17일 LG와의 시즌 최종전을 마치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의 측근 인사들은 “김 감독이 오래 전부터 마음을 비웠다. 17일 LG전을 끝내면 롯데 구단에 사표를 내겠다고 말씀하셨다”고 공통된 증언을 했다. 자진사퇴로 김 감독은 롯데를 향한 마지막이자 가장 강렬한 의사표시를 하는 셈이다.


● 너무나도 힘겨웠던 롯데에서의 2년

당초 약속된 김 감독의 계약기간은 2015시즌까지였다. 그러나 2014시즌 최소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하면 롯데를 계속 지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우승을 선언한 롯데 프런트의 기대치는 한없이 높았고, 고스란히 김 감독에게 중압감으로 얹혔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에게 힘은 실어주지 않았다. 이미 2014년 겨울, 프런트에게 찍힌 권영호 수석코치가 경질될 때 막아내지 못한 순간, 권력의 저울은 기울었다. 일본 가고시마 스프링캠프부터 실권은 다른 코치에게 가 있었다. 그러다 5월에 선수단 집단항명으로 탈이 났다. 여기서도 김 감독은 ‘코치진 조각을 프런트에 요구하며 친정체제를 굳힐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가만히 있었다. 결국 항명사건으로 떠난 프런트라인 코치는 단 1명이었고, 롯데가 후반기 4강에서 멀어지자 걷잡을 수 없는 레임덕이 밀어닥쳤다. 용병교체 요청마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롯데 프런트는 김 감독 측근 코치들의 문책을 요구하며 사임을 압박했다가 구단주 대행의 재가를 받지 못해 철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심한 굴욕을 견디며 김 감독은 책임감 하나로 잔여시즌을 버텼다. 김 감독은 자진사퇴가 수리되면 해외로 야구연수를 떠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이미 차기 감독 영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로써 롯데는 전임 양승호 감독에 이어 또 다시 감독의 계약기간을 못 채워줬다. 롯데에서 지도자 인생의 가장 큰 시련을 겪은 김 감독을 두고, 롯데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초식동물 같이 인품이 온후한 김 감독에게 롯데는 정글이었다”고 촌평했다.


● 정규시즌이 끝나자 감독 문이 열렸다

김 감독과 롯데의 예정된 결별을 신호탄으로 이제 정규시즌이 끝남과 동시에 수장들의 입지에 칼바람이 불게 생겼다. 한화와 김응룡 감독의 이별이 기정사실이고, KIA와 선동열 감독, SK와 이만수 감독은 계약기간이 만료된다. 두산과 송일수 감독의 동거도 장담할 수 없다.

벌써부터 ‘차기감독 유력’ 리스트가 야구계를 떠돌고 있다. 고양 원더스 김성근 감독, 김기태 전 LG 감독 같은 재야인사의 거취는 태풍의 눈이다. 특히 4강 탈락이 확정된 한화와 롯데, KIA는 마무리 훈련 일정 등을 감안할 때, 빠른 감독 선임이 필요하다. SK도 준플레이오프 진입에 실패한다면 결단이 빨라야 될 상황이다. 왜냐하면 이렇게 감독 자리가 많이 열려있을 때, 신속한 의사결정을 못 내리면 A옵션으로 생각한 감독을 다른 구단에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B 전 감독은 복수 구단에서 유력한 감독 후보로 점찍어놓은 상태다. 가을야구가 시작됐으나 장외시장에서도 눈을 뗄 수 없는 시간이 왔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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