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의 독일 연수기] 독일 1·2부 리그 모든 클럽… 유소년 시스템 필수로 구축

입력 2014-11-14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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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전 축구협회 부회장. 스포츠동아DB

5. 독일 유소년 시스템을 보며

허정무(59) 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원정대회 16강 진출의 위업을 일궜다. 2014브라질월드컵 이후 부회장직을 내려놓은 그는 최근 독일에서 2개월 일정으로 단기 연수를 하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클럽을 오가며 1·2군 선수단 훈련과 유소년 육성, 지도자 교육 프로그램 등을 두루 점검하고 있다. 허 전 부회장은 스포츠동아를 통해 자신의 독일 연수기를 연재한다.<편집자 주>


DFB, 1·2부리그 클럽마다 114억원 씩 지원

집사람(최미나·방송인)과 지난 주말을 쪼개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2박3일간 여행하고 돌아왔다. 포항 코치 시절, 용병 선발을 위해 찾은 이후 20여 년만의 방문이었는데 여전히 아름다웠다. 이번이 독일축구 연수기의 마지막이다. 15일 귀국하는데, 2개월이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바빴다. 순식간에 시간이 흘렀다. 부족한 칼럼을 읽어준 스포츠동아 독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프랑크푸르트의 DFB(독일축구협회), DFL(독일프로축구연맹)를 방문해 들었던 독일축구계의 유소년 관리를 소개할까 한다.

2014브라질월드컵을 통해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독일축구에도 암흑기가 있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가 그랬다. 월드컵, 유럽선수권 등 국제대회에서 성과가 나지 않던 시기였다. 하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활용했다. 자국 프로축구 발전을 위해 2001년 DFL을 탄생시켰다. 이전까지 DFB가 전체 프로리그를 관장했지만 현재는 1·2부리그는 DFL, 3부리그 이하는 DFB가 관리하고 있다.

여기서 인상적인 특징이 있다. 1·2부리그의 모든 클럽들은 반드시 유소년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DFL 규정에 못 박았다. 23세 이하가 유소년 시스템의 마지막 코스인데, 실력이 아주 우수하다. 1군 선수단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수준일까? 그러다보니 도르트문트 등 몇몇 팀들은 23세팀을 아예 3부리그에 두고 운용할 정도다.

4부 이하는 권역별 리그를 진행하고 있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쪼개 리그를 운영하는데, 최근 3개 권역으로 좁히자는 주장도 있다. 원정 이동, 팀 숫자 등에 대해 일부 이견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모든 발전의 출발이 유소년이라는 점이다.

그 핵심은 3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승격할 때다. 유소년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면 1년의 유예를 주되, 개선이 되지 않을 시 성적이 나더라도 강등 조치를 취한다. 또 1·2부리그 클럽들은 한 시즌 전체 예산의 5%를 반드시 유소년 발전에 투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게 2013∼2014시즌 투입 금액이 1억500만유로(약 1400억원)에 달한다.

이를 위해 DFB는 유럽축구연맹(UEFA)에서 받는 지원금에서 1·2부리그 팀들에 각각 850만유로(약 114억 원)를 지급한다. 내년부터는 2부리그 클럽들에만 나눠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고 보면 풀뿌리 축구를 강조하기는 우리도, 독일도, 전 세계가 똑같다. 다만 차이는 있다. 얼마나 적극적이고 구체적인지 여부다. 독일축구계는 향후 용병 비중을 단계적으로 줄일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외국인선수 수급을 줄이기 위해선 유소년의 성장이 필수다. 우리의 K리그도 용병 공격수들을 대거 영입했다가 결국 토종 골게터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불편한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제대로 뛰어야 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끝>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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