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은퇴 선언 김선우 “난 행복한 야구선수였다”

입력 2014-11-17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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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스포츠동아DB.

LG 김선우(37)가 은퇴한다.

김선우는 17일 LG구단을 찾아가 은퇴 의사를 전했다.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생각을 많이 했다”며 “가장 나다운 모습이 어떤 것일까를 고민하다가 은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김선우는 파란만장한 야구인생을 살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시속 150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1996년 OB에 우선지명됐지만 고려대학교로 진학했고, 대학교 재학 중 2000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메이저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몬트리올, 워싱턴, 콜로라도 등 여러 구단에서 활동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1997년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등 국제대회에서 대표팀 선수로 참가했다. 2006년을 마지막으로 미국생활을 정리했고 2007년 두산으로 돌아와 야구생활을 이어갔다.

2009년 11승을 올리며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더니 2010년부터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아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다. 2011년에는 16승7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KIA 윤석민과 다승왕 경쟁을 펼치기도 했다. 당시 트레이드마크였던 강속구를 버리고 기교파 투수로 변신해 다승 2위, 방어율 3위에 전 구단 승리를 거두는 등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러나 이후 부상이 겹치면서 조금 주춤한 모습을 보였고 2013년 시즌 후 두산으로부터 코치직 제안을 받았다. 그는 선수생활 연장 의지를 드러내며 구단과 합의해 방출을 했고, LG에서 다시 현역생활을 이어갔다.

2014시즌 김선우는 1군 무대보다는 2군 무대에 주로 머물렀다. 그래도 특유의 밝은 성격으로 후배들을 다독이며 선배로서 모범을 보였다. LG가 포스트시즌에 올라가자 양상문 감독은 김선우와 임재철을 엔트리에는 넣지 않았지만 선수들과 동행시키며 예우했다.

“선수는 공을 던질 때 살아있는 것”이라는 평소 신념이 김선우에게는 있었다. 시즌 막바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뒤 “이 느낌을 잘 기억해야 할 것 같다. 마음에 담아두겠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도 했다. 시즌이 끝난 뒤 장고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나답게 마지막을 장식할까?’를 고민했고, 결정은 자신의 손으로 야구인생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김선우는 “은퇴 얘기를 했더니 구단도 놀라더라”며 웃고는 “이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행복한 야구선수였다. 내가 한국에 왔을 때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이후 야구붐이 다시 일어났고 재미있게 야구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물론 결정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미국에서 한국에 돌아올 때처럼 생각할 시간이 많이 필요했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야구를 하면서 여러 가지 일이 많았다. 힘든 일도 있고 좋은 일도 있었는데 후회하지 않는다. 그런 일을 경험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선수도 얼마나 많은가”라며 “지금은 당분간 쉬고 싶다. 아이들에게 아빠 노릇도 해주고 싶고, 고생한 아내에게도 남편 노릇을 해야 할 것 같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물론 그의 인생에서 야구는 빼놓을 수 없는 단어다. 김선우는 “야구 선수는 그만두지만 그래도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파란만장했던 야구선수 인생은 마감되지만 그의 눈은 벌써 또 다른 제2의 인생을 바라보고 있었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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