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예 신주환, 소속사와 계약서 ‘두 장’ 쓴 사연

입력 2014-11-22 1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연기자 신주환. 스포츠동아DB

단순히 신인 연기자라고만 표현하기엔 신주환(28)의 이력은 꽤 이색적이다.

건국대학교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졸업생은 누구나 만들어야 하는 졸 작품을 통해 해외영화에서 먼저 주목받았다. 그를 주목받게 한 영화는 주연과 연출을 맡은 33분 분량의 영화 ‘섹스킹’이다.

“이왕 졸업작품 만들 거, 해외에도 알려보자는 큰 꿈을 품었다. 하하! 인터넷을 뒤져서 각 나라별 영화제를 몽땅 찾았고 그렇게 영화제 리스트를 만들어 하나 씩 출품하기 시작했다.”

무모하게 보일 정도의 용기였다. 그에게 돌아온 건 영화제 탈락 소식이었다.

“대부분 낙방했다. 대학 지도교수님이었던 홍상수 감독님께는 칭찬도 받은 작품인데. 출품을 시도했던 6개월 동안 영화제에선 낙방 소식만 들려왔다. 그 땐 ‘내 영화 누가 알아주겠나’ 싶기도 했다.”

기회는 천천히 왔다. 문을 두드린 영화제에서 서서히 그를 찾기 시작했다.

‘섹스킹’은 지난해 미장센영화제에 진출했고 캐나다 토론토한국영화제와 파리한국영화제에서도 소개됐다. 도발적인 제목의 이 영화는 사실 진짜 사랑을 찾으려는 한 남자의 성장담을 담았다. 20대 청춘이라면 한 번쯤 겪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렇게 ‘섹스킹’은 신주환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를 계기로 그는 주목받는 ‘감독’이자 ‘연기자’가 됐다. 이달 초 개봉한 ‘패션왕’(감독 오기환·제작 노마드필름)을 통해 상업영화에 본격 진출한 기회를 잡은 것도 ‘섹스킹’이 있어 가능했다.

“요즘은 현실감이 없다. 며칠 전 거리에서 낯선 여성 두 명이 나를 알아보더라. ‘패션왕’을 본 관객 같았다. 정말 꿈같다. 어떤 말로 지금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패션왕’에서 그의 역할은 주인공 주원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의리남’ 창주다. 비록 현실에선 ‘짝퉁 점퍼’를 입지만 패션을 향해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뜨거운 고등학생이다.

영화에서 보여준 열정 가득한 모습은 신주환의 실제 성격과도 닮았다.

대학 시절 연극영화과 학생들을 대표하는 ‘연기부장’을 맡아 학과를 이끌었다는 그는 ‘연기 현장’을 빨리 맛보고 싶은 마음에 휴학을 결심하고 드라마 촬영장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한 번은 은밀한 제안도 받았다. 5000만원을 내면 TV 사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주겠다는 거였다. 그 땐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고 철도 없었다. 아버지께 그 말을 전했더니 ‘연기하려면 극단 마룻바닥부터 닦으라’고 충고하시더라.”
신주환은 연기할 기회를 잡기 위해 좌충우돌하던 당시의 경험을 담아 단편영화 ‘젊은 예술가들’을 연출했다. 그가 지금까지 연출한 네 편의 독립영화 중 하나다.

얼마 전 매니지먼트사와 전속계약을 맺을 때도 신주환은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임했다. 그가 쓴 계약서는 두 장이다. 연기자로 또 연출자로 각각의 계약을 따로 체결했다. 연기와 연출을 함께 하겠다는 강한 의지다.

“연출을 하려면 나에 대한 공부부터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많은 사람에게 신뢰와 보상을 줘야 하는 직업이다. 지금 섣불리 나서면 다 죽는 거지. 하하! 연기에 모든 걸 걸어볼 작정이다. 연기자로 실력이 쌓이면 그 때 연출을 하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