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타임스퀘어에서 아리랑, 카네기홀보다 더 떨렸죠

입력 2014-11-27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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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연주하고 있는 비올리스트 김남중. ‘꿈의 무대’인 카네기홀에 이어 베를린필하모닉홀 연주회를 앞둔 김남중은 나눔과 봉사활동에도 열심인 따뜻한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사진촬영|DDK

한복·아리랑 알리고자 직접 거리연주
카네기홀·뉴저지주 연주 등 바쁜행보
보육원 등 찾아가는 연주 봉사도 꾸준


비올리스트 김남중(35)에게 올해 11월은 생애 최고의 달이 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미국을 방문한 김남중은 남들이 10년 걸려 할 일을 며칠 만에 쓱싹 해치우고 돌아왔다.

11일에는 클래식 연주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미국 카네기홀에서 처음으로 독주회를 열었다. 뉴욕 콘서트아티스트재단이 주최한 유망연주자 시리즈였다. 12일에는 뉴저지주 유니온시티 초청으로 위안부 기림비 건립 기념전시회에 참가해 연주를 했고, 뉴저지 상원의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뉴저지주 문화성장에 기여하고 시민에게 영향을 미친 예술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비올리스트로는 김남중이 최초, 한국인으로는 두 번째 수상자다. 이후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서 한복을 입고 아리랑을 연주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찻집에서 만난 김남중은 “거리공연이 카네기홀 연주보다 몇 배나 더 떨렸다”며 웃었다. “우리 음악과 한복을 미국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이번 미국행은 김남중의 한국 알리기 프로젝트나 다름없었다. 카네기홀에서도 미국 작곡가와 함께 한국 작곡가 안성민의 작품을 연주했다.

사실 김남중의 타임스퀘어 거리공연은 원래 계획에 없었다고 한다. 김남중은 “카네기홀과 뉴저지에서 연주를 하고나니 사람들이 내가 코리언인 줄은 아는데 한복과 아리랑을 전혀 모르더라. 이왕 여기까지 온 거 한번 나가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타임스퀘어는 전 세계의 별별 예술가들이 다 모여드는 곳이다. 곳곳에서 연주와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평소에도 사람들이 붐비는 곳인데 이날은 일주일 중 가장 인파가 몰리는 일요일 저녁. 그런데 화려한 한복차림의 김남중이 비올라를 들고 나타나자 군중이 홍해가 갈라지듯 하더니 그녀에게 자리를 내주는 것이 아닌가.

“가장 ‘명당’인 중앙자리를 비켜주더라. 아리랑을 포함해 15분 정도 연주를 했는데,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치고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같이 사진 찍자는 사람들도 많았다.(웃음)”

한복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김남중이 입은 한복은 한복디자이너 이일순씨의 금단제 한복이다. 이 한복을 뉴저지 연주회 때도 입었다. 그런데 뉴저지 연주회와 타임스퀘어 연주 때의 한복치마의 색깔이 다르다. 뉴저지는 빨갛고 타임스퀘어는 파랗다. 거리연주를 위해 차 안에서 한복으로 갈아입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그만 치마를 뒤집어 입은 것이다. 김남중도 이 사실을 나중에 사진을 보고서야 알았다고.


● 찾아가는 나눔의 연주자… 8년 반 재직한 서울시향 그만 둬


내년도 올해 못지않게 바쁜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독집앨범을 준비하고 있고, 카네기홀에 이어 독일 베를린필하모닉홀에서 연주를 한다. 비올라를 부흥시킨 현대작곡가 힌데미트를 테마로 한 시리즈 연주회도 기획 중이다.

김남중은 나눔과 봉사에 열심인 연주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9월, 9년 가까이 재직했던 서울시립교향악단을 나온 것도 문화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좀 더 많은 시간을 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육원, 미혼모시설, 장애인학교 등을 찾아가 비올라의 따뜻한 소리를 들려준다. 김남중은 “나를 찾아주지 않아도 내가 잘 찾아가고 있다”며 웃었다.

김남중은 ‘프레스토(매우 빠르게)’처럼 살면서 ‘아다지오(느리게)’를 잊지 않는 연주자다. 마치 온기가 가득 느껴지는 그녀의 비올라 소리를 닮았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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