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km 강속구 피가로 “따뜻한 남자 이승엽 때문에 삼성 선택”

입력 2014-12-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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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새 외국인투수 알프레도 피가로(왼쪽)는 2011년 일본 오릭스 시절 힘들고 외로웠을 때 곁에서 도와준 이승엽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가 삼성을 선택한 데는 ‘이승엽의 팀’이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사진제공|삼성 라이온즈·스포츠코리아

오릭스 시절 잊지 못할 배려에 선택
정통 투구폼 타점 높아 류감독 기대

“한국에 간다면 이승엽이 있는 삼성과 계약하겠다.”

삼성 새 외국인선수 알프레도 피가로(30)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의 강속구 투수다. 직구 구속은 기본적으로 시속 153∼154km가 나오고, 빠를 때는 157∼158km를 찍는다. 키 183cm, 몸무게 78kg으로 체격이 크지는 않지만, 투구폼은 완전한 정통파 스타일로 타점이 매우 높다. 한국 무대 적응이 관건이겠지만, 강속구 투수를 선호하는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일단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피가로는 공만 빠른 게 아니라 컨트롤도 좋다는 평가다. 그래서 KIA와 LG도 영입전에 뛰어들었을 정도다. 그러나 피가로는 삼성과 계약했다. 바로 ‘이승엽의 팀’이었기 때문이다.

둘의 사연이 흥미롭다. 이승엽은 2010년 요미우리에서 방출된 뒤 2011년 오릭스에 입단했다. 200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뒤 2005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계약한 피가로는 2011년 일본프로야구로 진출해 오릭스에서 2년간 뛰면서 이승엽과 1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한국은 외국인선수가 집과 야구장을 출퇴근할 때 구단 통역 등 직원이 차로 데려다 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다. 스스로 알아서 택시를 타거나 지하철로 출퇴근해야한다. 더군다나 피가로는 당시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의 마음에 썩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오카다 감독이 하루에 불펜투구만 수백 개를 지시하는 등 부당한 차별대우를 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성이 착한 피가로는 다른 외국인선수와는 달리 별다른 반발도 없이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피가로가 낯선 일본 생활과 이질적인 야구문화에 외로움을 느끼고 있을 때 이승엽이 다가가 손을 잡았다. 자신의 승용차에 피가로를 태워 출퇴근을 하며 말동무가 돼줬다. 피가로는 마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왔던 이승엽을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다. 피가로는 “삼성은 이승엽이 있는 팀이라고 알고 있다. 내가 한국에 간다면 삼성과 계약하겠다”면서 삼성행을 결정했다.

이승엽은 피가로가 2012년 오릭스에서 방출됐을 때 삼성 구단 측에 “피가로를 데려오자”며 영입을 적극 추천하기도 했다. 삼성 박재영 스카우트2팀장은 “항간에는 나바로 추천으로 피가로가 삼성에 입단한 것처럼 알려졌지만, 피가로에게 물어보니 서로 아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 피가로가 삼성에 입단한 것은 이승엽과의 인연이 컸다”고 전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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