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김기태 감독 “KIA가 꼴찌 후보라고? 쪽팔리게 야구하진 말아야죠”

입력 2015-01-13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난해 10월 KIA 새 사령탑에 부임한 김기태 감독은 KIA의 리빌딩을 위한 길 찾기에 분주하다. 김 감독은 “KIA의 새로운 길엔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라며 “지금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을 견딜 때 더 큰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다. 선수들에게도 고통을 주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기태호의 KIA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광주|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

6. KIA 김기태 감독

2015시즌 프로야구는 벌써부터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10개 구단 시대. 프로야구 산업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들도 대거 새 얼굴이 등장했다. 스포츠동아는 새해 새 출발선에 선 프로야구 각 구단 감독을 만나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얘기들을 속속들이 물어보는 코너 ‘프로야구 10구단 시대, 감독들에게 듣는다’를 마련했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KIA 김기태(46) 감독이다.


누구 탓하지 말아야…리더는 욕 먹는 자리
LG 있을 때처럼 KIA 초석 다지는 게 내 일

부상? 프로선수치고 안 아픈 선수 어딨나
이번 캠프 때 선수들 축 처지지 않게 할 것

우승 못한 것 빼곤 야구인생 후회는 없어
이제 전반전 끝났다…KIA서 후반전 시작

KIA 김기태 감독(46)은 또 사지(死地)를 택했다. 김 감독은 야구인생에서 일반상식과 엇나가는 결단을 내릴 때가 많았다. 2012년 LG에서 감독을 시작한 것부터가 그랬다. ‘왜 하필 10년 동안 답이 없었던 모래알 LG를 택했나?’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곳에서 투수의 대타기용 등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런 팀을 부임 2년 만에 정규시즌 2위로 올려놓으면서 11년 만의 가을잔치로 이끌었으나 다음해 스스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리고 2014년 10월 여러 선택지 중 굳이 꼴찌후보 KIA 사령탑을 수락했다. 그리고 kt에 줄 보호선수 20인 명단에 이대형을 제외하는 선택을 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인간 김기태는 평범함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숱한 논란 속에서 김 감독이 결국에는 살아남았다는 점이다. 그것도 자기 스타일을 관철하면서. 이런 김 감독이 이제 KIA라는 거대한 과제와 만났다. 이 험한 곳에서 김 감독은 생존할 수 있을까. 어떤 비전을 가지고 KIA를 혁신할까.


● “내가 속 편한 감독이라고요?”


-KIA가 김 감독을 선택한 이유보다 김 감독이 KIA를 선택한 이유가 더 궁금합니다.

“KIA가 우승도 가장 많이 했고요. (광주가) 고향이고. 어릴 때부터 KIA 팬들 응원을 받아보고 싶었어요. 선수 때부터 뛰고 싶었어요.”


-쉽지 않은 상황 같은데요.

“(구단이) 저를 좋게 봐주셨으니 맡긴 게 아니겠어요? 어려운 만큼 이뤄냈을 때 더욱 보람이 크지 않겠습니까.”


-KIA 그룹에서 ‘최소 2년간은 성적에 개의치 말고, 리빌딩에 전념해 달라’는 얘기를 해줬다고 하던데요.

“글쎄요. 해석이 다를 수 있으니까…(웃음). (그룹이) 의례적으로 한 이야기일 수 있고, 속마음은…, (모르니까) 그런 것이 조심스러워요. 내가 말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요.”


-KIA 그룹이 뭐라 하든지 성적을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는 것 같네요.

“프로야구 감독이 편할 순 없죠. 삼성 류중일 감독님은 4연패를 해도 고민 많다고 하는데요. 야구 자체는 즐거움이지만 그 과정은 고민이죠. 그런 고민하라고 감독 자리 준 것이고요.”


-LG에 이어 KIA까지, 어려운 구단만 찾아다니는 셈이 됐네요.

“LG 있을 때 ‘길이 없는 산은 길을 만들고, 다리가 없는 강은 다리를 만들면 되는 것’이라고 얘기했어요. KIA의 초석을 다지는 게 내 일 아닐까요?”


-길은 어떻게 만들죠?

“혼자만으로 안 되죠. 지시보다는 내가 앞장서서. 나부터 팀의 일원으로서. 선수들이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의무죠. 지금의 고통은 아무 것도 아니에요. 고통은 사람이 견딜 만큼만 준다고 합니다. 그것을 견딜 때 더 큰 기쁨을 누릴 자격이 있는 것이죠. 그렇게 배웠으니 선수들에게 그렇게 주문할 겁니다.”


-허허벌판 KIA에서 감독 커리어에 흠집 날까 걱정은 안 되세요?

“세상 살면서 힘든 거 안 힘든 거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이게 나의 의무라 생각하면 힘들어도 기분 좋은 거죠. 현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오는 거죠. 결과는 모르는데 성공만 생각해야죠.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아무 결정도 못 내려요. 결과까지 결정하는 것이 내 직업이지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내 일이 아니에요. 다만 (결과가 빚은) 찬사든 질책은 내가 안고가야 될 일이겠죠”


● “예우 받고 싶으면 예우 받게 해야죠.”


-KIA에 와서 보니 어떻습니까?

“처음 봤을 땐 걱정 많이 했어요. 그런데 KIA 선수들을 겪어보니 굉장히 순수해요. 일본 미야자키 마무리훈련을 4주간 했는데 1명의 낙오자도 없을 때 희망이 보였어요. 이런 마음만 있으면 주위에서 아무리 걱정해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KIA는 야구를 못했을까요?

“그 부분은 주위에서 말 많이 하니까 굳이 제가 말을 안 할게요. 단 감독만의 책임이 아니라 코치, 선수 모든 사람의 책임이에요. (전임감독에 실례가 될 수 있으니) 될 수 있으면 언급 안하고 싶네요.”


-KIA에서도 LG 감독 때처럼 고참을 우대할 생각인가요?

“LG 때 고참 예우를 잘 해줬다고 하는데 예우 받게 행동했으니 예우해준 거예요. KIA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필드에서 임무에 충실했을 때 그 다음에 예우가 있는 거죠. 자기는 안하면서 후배들 시키는 고참이 있다면 그건 나랑 안 맞아요.”


-김기태 야구는 형세를 중시하는 나머지 실리에 약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은 잘 알아요. 그러나 내면은…, 제가 제 입으로 말씀드리긴 그렇고…. 다만 어려운 판단할 때 ‘그 결정까지 얼마나 어려운 과정을 거쳤을까’는 당사자가 아니면….”


-KIA는 디테일이 요구되는 팀인데 스케일이 큰 감독님과 안 맞는 거 아닌가요?

“투수는 전문가가 투수코치에요. 번트도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 많아요. 또 김주찬한테 내가 도루 가르칠 수 있겠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간섭한다’는 소리 안 듣고 싶어요. 나의 디테일은 팀의 강약을 어떻게 분할해 전체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지. 특정 파트에 깊숙이 들어가는 게 아니에요. 감독은 큰 맥을 짚어야죠.”


● “리더가 욕 안 먹으려 하면 조직이 약해져요”


-선수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비법을 알고 싶습니다.

“저는 답을 안 가르쳐 줘요. 답을 말하게 만들지. 틀려도 스스로 답을 내봐야죠. 일부러 틀리게 물어보기도 해요. 거기서 ‘예예’ 하면 그건 머리가 죽은 거예요. ‘감독님 잘못 됐는데요’, 그런 말을 해줄 수 있는 자기 판단 능력을 요구해요.”


-리더십, 보스 기질은 타고나는 건가요?

“리더, 보스, 그런 거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어요. 나도 유니폼 입은 팀의 일원일 뿐이에요.”


-스타 출신인데 KIA와서 참을 일이 많겠습니다.

“잘 참아야 돼요. 야인으로 있으면서 배웠어요. ‘너무 강하면 부러진다’는 소리도 듣고 있고요. 경기 때는 선수들한테 많이 참으려고 해요.”


-KIA 팬들이 못 기다려줄 수 있는데요?

“댓글 잘 안 봐요. 기분 좋을 수가 없으니까. 그런 분들도 관심 있으니까 그런다고 생각해요. 괜찮아요. 그게 힘들면 경기 못하죠. 가장 안전한 것이 보편적으로 하는 것인데 욕을 얻어먹지 않으려고 하면 조직이 강해질 수 없어요. 위험한 상황도 겪어봐야 몸이 경험을 하고. 고통도 희열로 갈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해요.”


-야구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나요?

“저는 제 선택을 굉장히 존중해요. 만루 찬스에서 병살타 쳤을 때 같은 플레이에 관한 후회는 했어도 결정에 대한 후회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아요. 일상생활은 몰라도 야구에 대해서는 (잠시 생각하더니) 큰 게 없어요, 내가 좋아 시작했고, 원할 때 은퇴도 했고, 빨리 감독도 했고, 제 정신 아니라는 소리(LG 감독 자진사퇴에 관한 얘기로 들렸다)도 들었는데 괜찮아요. 우승 못한 게 후회죠.”


-야인 생활 때 어떤 마음으로 지냈나요?

“(가족들이 있는)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보며 지냈어요. ‘인생의 전반전이 끝났다. 지금은 하프타임이다. 후반전을 위해 현재를 의미 없이 보내면 미래도 밝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굉장히 소중히 보낸 시간이었어요. 이제 KIA에서 후반전이 시작됐으니 초반부터 잘 해야죠.”


● “쪽팔리게 야구하지 말자”


-KIA가 꼴찌후보 소리 들으면 기분이 어떠세요?

“그런 소리 들으면 쪽팔리잖아요. 어중간하게 살지는 말아야죠.”


-99명이 반대해도 스스로가 확신하면 흔들리지 않는 스타일 같습니다.

“제가 어떤 판단을 내렸을 때 처음에는 99명이 반대해도 내 결정에 납득하도록 몇 명을 끌어오느냐는 내 능력이죠. 다만 내가 뻔히 틀린 말 하는데도 ‘예예’ 하면 빨리 잘라야 돼요.”


-‘쪽팔리게 야구하지 말라’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무엇 때문에 그렇다고 핑계 대는 것. 안 되면 자기가 못한 거지. 사람은 자기가 유리한 대로 위로받고 싶은 속성이 있어요. 누구 탓을 하면 그 순간에 팀이 망하는 거예요. 원치 않는 것을 할 때도 잘할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 돼요. 그것도 고통일 텐데 이겨내야 해요.”


-KIA의 고질은 자꾸 선수들이 다치고 아픈 건데 뜯어고칠 수 있을까요?

“부상이 뭐냐? 메리트 1억이 나와도 못하면 그게 진짜 아픈 거예요. 선수가 가장 잘 알아요. 부상이란 부러지고 끊어지고 30바늘 찢어지고 그게 부상이죠. 프로야구 선수치고 안 아픈 선수가 어디 있어요? 그걸 선수들이 잘 알아야 돼요.”


-일본 오키나와에서 장기캠프에 돌입하는데 김기태 색깔이 단시간에 입혀질까요?

“글쎄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해야죠. 분위기만큼은 캠프 때 축 처지지 않게 할 겁니다. 개막전까지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는 팀 만들겠습니다.”


■ KIA 김기태 감독은?

▲1969년 5월23일생
▲서림초∼충장중∼광주일고∼인하대
▲180cm 85kg
▲쌍방울(1991∼1998년) - 삼성(1999∼2001년) - SK(2001∼2005년)
▲프로통산 1544경기 1465안타 249홈런 923타점 948볼넷 통산타율 0.294
▲SK 코치(2006∼2007년) - 일본 요미우리 코치(2007∼2009년) - LG 코치(2009∼2011년) - LG 감독(2012∼2014년) - KIA 감독(2015년∼)
▲감독통산 261경기 131승 126패 4무

광주|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