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한국역도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윤진희가 3년 만에 현역으로 복귀한다. 그 사이 윤진희는 두 딸의 엄마가 됐다. 사진은 그녀가 베이징올림픽 직후 스포츠동아와의 인터뷰 당시 활짝 웃는 모습. 스포츠동아DB
은퇴 3년만에 다시 선수로 훈련 시작해
딸 통화로 피로 훌훌 “내년엔 국제무대”
2008베이징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윤진희(29)가 ‘엄마 역사(力士)’로 현역에 복귀한다. 역도 관계자는 20일 “윤진희가 최근 경북개발공사에 입단해 훈련을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2011년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한지 만 3년 만이다.
● 남녀역도 통틀어 유일하게 5개의 한국기록 보유
윤진희는 한체대 4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 역도 여자 53kg급에서 합계 213kg(인상 94kg·용상 119kg)으로 세계 2위에 올랐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32·장미란재단이사장), 사재혁(30)과 함께 한국역도의 전성시대를 연 주역이었다. 이후 2009고양세계선수권에서도 인상 은메달, 용상 동메달을 획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팔꿈치와 어깨, 무릎 등의 잦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2011파리세계선수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선수생활을 충분히 더 이어갈 수 있는 나이였기에, 역도계에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현재까지도 여자 53kg급 인상(99kg)·용상(123kg)·합계(222kg) 한국기록은 윤진희의 몫이다. 윤진희는 여자 58kg급 인상(97kg)·용상(122kg)에서도 한국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남녀역도를 통틀어 5개 부문에서 한국기록을 갖고 있는 선수는 그녀가 유일하다.
● 두 딸의 엄마, 남편의 지지 속에 다시 바벨 잡아
은퇴 이후 4세 연하의 역도선수 원정식(25·고양시청)과 백년가약을 한 윤진희는 이후 남편의 운동을 뒷바라지 하며 주부의 삶을 살았다. 2012년 7월에는 첫째 딸 라임(3)을 얻으며 ‘엄마’가 됐고, 2014년 6월에는 둘째 딸 라율(1)을 낳는 등 육아와 가사에 전념했다. 2013년 잠시 현역 복귀를 추진하기도 했지만, 금세 뜻을 접었다. 윤진희는 “아이들 키우느라 너무 바쁘게 살아서 역도를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며 웃었다.
현역 복귀에 적극적이었던 사람은 오히려 남편이었다. 원정식은 가정을 꾸린 이후 전성기를 맞았다. 평양에서 열린 2013아시안컵 및 아시아클럽대항역도선수권 남자 69kg급에서 5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이름을 알렸고, 2014인천아시안게임 대표로도 선발됐다. 그는 자신의 성공가도를 위해 희생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결국 “당신의 아까운 재능을 살려보자”며 윤진희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시부모 역시 며느리의 적극적 후원자가 됐다. 결국 윤진희는 지난해 출산 이후 서서히 몸을 만들었고,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바벨을 잡았다. 남편과는 서로 기술적·심리적 조언을 아끼지 않는 동지적 관계가 됐다.
● 국내대회 결과 좋다면 내년 국제무대에도 도전!
그녀는 “아직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2번의 출산, 3년의 공백, 서른의 나이 등이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다. 근력운동을 하지 않으면서 현역 시절 54kg이었던 체중도 47kg까지 빠졌다. 근육량을 다시 늘리는 것 역시 과제다. 올해는 일단 자신을 시험해보는 시기로 정했다. 윤진희는 “하루에 한번 딸과 통화를 할 때마다 운동의 피로감이 날아가는 것 같다. 벌써부터 목표를 거창하게 잡진 않으려고 한다. 1년간 열심히 훈련한 뒤 10월 전국체전에서 내 능력을 한번 평가해보고 싶다. 만약 결과가 좋다면, 내년엔 국제무대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