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기획] 한국축구 ‘아시안컵 55년의 恨’ 이젠 풀 때가 됐다

입력 2015-01-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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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 토요일 토요일은 축구다

타임트랙|한국축구 아시안컵 도전사

1·2회 대회 연속 우승 이후 55년간 무소식
1988년 카타르 대회 승부차기 끝에 준우승
2골 김주성, 아시안컵 ‘사상 첫 MVP’ 영광
2000년 이동국 해트트릭 등 4경기 연속 골

한국이 31일 시드니에서 개최국 호주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정상을 놓고 격돌한다. 한국의 아시안컵 결승 진출은 1988년 제9회 카타르대회 이후 27년만이다. 또 1960년 제2회 서울대회 이후 55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컵에 도전한다. ‘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해온 한국축구가 이처럼 오랜 기간 아시안컵 우승트로피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은 왜일까. 한국축구의 아시안컵 발자취를 되돌아본다.


● 1·2회 우승의 영광을 뒤로 하고…

한국은 초대대회였던 1956년 제1회 홍콩대회와 1960년 제2회 대회에서 연속으로 우승하며 아시안컵 초반만 하더라도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한국은 홍콩, 이스라엘, 베트남과 풀리그로 자웅을 겨룬 홍콩대회에서 2승1무로 역사적인 첫 패권을 차지한 뒤 제2회 대회에서도 대만, 이스라엘, 베트남과 겨뤄 3전승을 거두고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 열린 1964년 제3회 대회 이후 한국은 아시안컵 정상에서 멀어졌다. 이스라엘대회에서 홍콩에 1-0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3위(1승2패)에 그친 데 이어 1968년 제4회 이란대회 때는 아예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태국에서 개최된 1972년 제5회 대회에선 4경기 연속골을 기록한 박이천과 차범근, 이회택 등을 앞세워 1승2무2패로 2위를 기록했다.

1980년 제7회 쿠웨이트대회에서도 한국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10개국이 2개조로 나눠 리그전을 펼친 뒤 4강 토너먼트를 치르는 형태로 진행된 이 대회에서 한국은 말레이시아와의 조별리그 1차전 무승부 후 카타르,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를 꺾었다. 북한과의 준결승에서도 2-1로 이겨 우승컵에 다가섰다. 그러나 개최국 쿠웨이트와의 결승에서 0-3으로 완패해 정상 문턱에서 좌절했다. 최순호는 UAE전 해트트릭을 포함해 7골을 뽑았다.

1984년 제8회 싱가포르대회 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은 1988년 제9회 카타르대회에선 이태호(3골), 황선홍, 김주성(이상 2골)을 주축으로 UAE, 일본, 카타르, 이란과의 조별리그와 중국과의 준결승까지 5연승을 질주했다.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연장 접전까지 펼치고도 0-0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3-4로 석패해 또 다시 우승컵을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준우승의 아쉬움 속에서도 김주성은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주성은 여전히 역대 아시안컵에서 한국선수로는 유일한 MVP로 남아있다.


● ‘역대 최강 전력’으로 나섰던 2011년 카타르대회

한국은 1992년 제10회 일본대회 때 또 한번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이 역대 아시안컵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68년과 1976년, 1992년 등 총 3번이다. 요즘 같으면 난리가 날 일이지만, 당시만 해도 한국은 다른 대회에 비해 아시안컵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1996년 제11회 UAE대회 이란과의 8강전에서 2-6으로 대패해 중도에 짐을 싼 한국은 2000년 제12회 레바논대회에서 다시 3위를 차지하며 모처럼 체면치레를 했다. 당시 축구팬들을 열광시킨 선수는 이동국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당시 대표팀에서 스물한 살에 불과했던 이동국은 인도네시아와의 조별리그 해트트릭을 비롯해 4경기 연속골로 6골을 터트려 한국축구를 이끌 새로운 스트라이커로 우뚝 섰다. 한국은 그러나 사우디와의 준결승에서 1-2로 패한 뒤 중국과의 3·4위전에서 이동국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며 3위에 만족해야 했다.

박지성, 김남일, 차두리, 안정환, 최진철, 김태영 등 2002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대거 출전한 2004년 제13회 중국대회에선 이란과의 8강전에서 3-4로 무릎을 꿇고 중도 귀국했다. 이동국은 이 대회에서도 한국선수 중 가장 많은 4골을 기록했다.

사상 최초로 동남아 4개국에서 분산개최된 2007년 제14회 대회에서 3위에 오른 한국은 2011년 제14회 카타르대회에서 우승을 목표로 내걸었다. 역대 최강의 전력으로 꼽힐 만큼 화려한 진용을 갖췄지만, 이번에도 아쉽게 정상 등극에 실패했다.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당시 대표팀은 베테랑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를 비롯해 기성용, 이청용, 구자철, 지동원, 손흥민 등 막강 라인업을 자랑했다. 예상대로 조별리그를 2승1무를 가볍게 통과한 뒤 8강전에 난적 이란을 1-0으로 꺾었다. 준결승 상대는 일본. 연장 혈투 끝에 2-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 돌입했지만, 구자철 등 키커들의 연이은 실축으로 0-3으로 패해 고개를 숙였다. 한국을 따돌린 일본은 결국 통산 4번째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아시안컵 최다우승국으로 부상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박지성과 이영표가 나란히 국가대표에서 은퇴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doh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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