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 부회장 “너희들은 충분히 강하다”

입력 2015-01-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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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 스포츠동아DB

■ 후배들에 띄우는 선배의 메시지

호주는 힘과 체력이 강하고 선이 굵어
번번이 패했던 선배들의 한 풀어주길

우리 태극전사들이 완연한 상승세다. 특히 개최국 호주를 조별리그 3차전에서 꺾어봤다는 것은 결승에서 엄청난 시너지가 될 수 있다. 빡빡한 일정으로 인해 선수들이 많이 피곤할 듯하다. 그러나 중요한 승부에서 이기고 나면 쉴 시간이 부족해도 덜 피곤한 법이다. 사기와 분위기는 떨어진 체력과 피곤한 신체시계를 채우고도 남는다.

그러고 보니 문득 준우승에 그쳤던 1972년 태국대회(사상 첫 결승 도전)가 생각난다. 우리는 이라크-크메르(옛 캄보디아)-쿠웨이트를 상대로 1승1무1패를 기록해 8강에 올랐다. 이어 4강에서 태국을 승부차기로 꺾었고, 이란과 결승을 치러 1-2로 졌다. 당시만 해도 아시안컵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저 스쳐지나가는 대회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대륙별 대회가 세계적으로도 인정받고 있고, 그 규모도 확대됐다. 바야흐로 진짜 아시아 챔피언을 겨루는 대회가 됐다.

호주는 힘과 체력이 강하고 플레이의 선이 굵다. 이미 조별리그 경기를 통해 어느 정도 파악했겠지만,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우리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에도 호주는 매우 껄끄러운 상대였다. 1974서독월드컵 아시아 예선에서 호주와 홈 앤드 어웨이 경기를 모두 비긴 뒤 홍콩에서 제3국 경기를 치러 패했던 아쉬운 기억도 있다. 이후 호주가 오세아니아대륙으로 편입됐다가 다시 아시아로 돌아왔다. 그 때 선배들의 한을 후배들이 시원하게 풀어주길 바란다. 중요한 순간, 한국축구가 호주에 번번이 무릎을 꿇었던 아쉬움의 조각들을 확실히 잊게 해주길 바란다.

꾸역꾸역 이기는 것이 진짜 강한 것이다. 너희들은 충분히 강하다. 그간 많은 사랑을 전해준 팬들의 기대에 제대로 보답해보자. 이미 잘 싸웠고, 잘 싸워주고 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둬주길 바란다. 부담은 갖지 않되,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리고 끈끈한 우리 후배들의 저력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1972년 제5회 태국아시안컵 대표팀 멤버)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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