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드라마 속 죽음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입력 2015-02-10 11: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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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상파 드라마는 질병과 죽음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통쾌함을, 또다른 드라마는 가족애를 일깨운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죽음을 대하는 작가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게 됐다.

먼저 SBS 월화 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에서는 온갖 불법과비리를 저지르며 앞만 보고 살아온 남자 박정환에게 뇌종양과 더불어 6개월의 시간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그는 자신이 믿어온 이태준(조재현)과 고상한 겉모습 속 추악한 욕망을 감춘 법무부 장관 윤지숙(최명길) 등 사법체계의 정점에 올라선 이들을 향한 최후의 일격을 준비한다.

당장 주변 정리하기도 바쁜 시간에 이처럼 번거롭고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는 까닭은 잘못 살아온 자신에 대한 참회이자 그의 딸인 예린이가 살아갈 세상을 위해서다. 시한부로서 느끼는 육체적 고통보다 큰 부성애가 절대 권력을 향한 싸움을 계속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박정환이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릴 때 KBS2 주말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의 차순봉(유동근)은 집안 챙기기에 여념이 없다. 일에만 빠져 독신을 선언한 강심(김현주), 자기 밖에 모르는 출세주의자 강재(윤박), 욱하는 성격으로 청년 백수에 머무른 달봉(박형식) 등 삼남매에게 순봉은 불효소송이라는 초강수로 생애 마지막 가르침을 전하고 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들은 순봉의 병세가 악화되고 자식들이 점차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안긴다. 종영까지 2회가 남은 지금 순봉의 생사 여부는 여전히 시청자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모든 드라마들이 죽음을 엄숙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MBC 일일 드라마 '압구정 백야'는 막 결혼을 앞두고 행복한 삶을 꿈꾸던 조나단이 깡패들과 시비가 붙어 비명횡사하는 과정을 충격적으로 그렸다.

여기에 맹장수술을 한 새어머니인 은하(이보희)는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듣고도 방귀를 끼는 장면까지 넣어 죽음이라는 안타까운 상황을 희화화 시켰다.

물론 드라마 속 등장인물의 죽음 혹은 질병은 극적인 전개를 이끌어 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이로 인해 굴곡진 운명을 지닌 백야(박하나)의 불행이 더욱 짙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작품을 집필한 임성한 작가는 개그 프로그램을 보다가 사망하고 차 안에서 잠이 들다가 사망하는 등 다양한 죽음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질리게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죽음은 다양하다. 임성한 작가가 그린 것과 같은 죽음의 형태가 전혀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아닐 수 있다.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죽음에는 예의가 필요하다. 드라마 속 조물주가 작가라고 해도 죽음에 관해서만큼은 신중하게 다뤄져야 하지 않을까.

사진=SBS, MBC, KBS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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