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 신분 사재혁, 바벨 내려놓나?

입력 2015-02-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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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베이징올림픽금메달리스트 사재혁은 3회 연속 올림픽 출전을 꿈꿨다. 하지만 무적 선수가 되면서 자존심에 금이 갔고, 현재는 바벨을 내려놓는 상황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역도계에선 사재혁의 새 소속팀을 물색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스포츠동아DB

■ 새둥지 못 찾아 은퇴 기로

지자체팀, 작년 구두 합의하고도 결렬 선언
이적 확정 믿었던 사재혁 공중에 붕 떠버려
최성용회장 “역도연맹 차원서 해결책 모색”

‘한국역도의 간판’ 사재혁(30)이 무적(無籍) 선수 신분으로 표류하고 있다. 마음고생이 심해 최근 주변에 은퇴 의사까지 전했을 정도다. 3회 연속 올림픽 출전도 무산될 위기다. 역도계에선 그의 새 둥지 마련을 위한 물밑작업도 시작됐다.


● 올림픽 3회 연속 출전 꿈꾼 ‘한국역도의 간판’

사재혁은 2008베이징올림픽 남자 77kg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한국남자역도의 에이스로 활약했다. 2013년 1월 ‘역도여왕’ 장미란(32·장미란재단 이사장)의 은퇴 이후로는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사실상 유일한 한국선수였다. 특히 그는 6번의 수술을 딛고 일어선 불사조로 유명하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팔꿈치 탈구 부상을 당한 이후에도 기적적으로 재활에 성공해 2014인천아시안게임 무대에 섰다. 비록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85kg급으로 체급을 올려 출전한 이 대회에서 인상 한국기록(171kg)을 경신하며 박수를 받았다. 당시 사재혁은 “2016리우데자네이루대회에서 3번째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사재혁은 왜 무적 신분이 됐나?

그러나 그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연말 새 소속팀을 알아보는 과정이 발단이었다. 사재혁은 지난해 10월말 제주도청 소속으로 출전한 전국체전에서 남자 85kg급 인상·용상·합계 3관왕에 올랐다. 제주도청과의 계약기간은 지난 연말까지였다. 새 둥지를 알아보던 중 A지자체팀과 접촉했다. 사재혁 측은 “지난해 11월말 A팀과 구두계약까지 마쳤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팀은 지난해 12월 결렬을 선언했다. 사실상 이적이 확정된 상태라고 생각했던 사재혁은 ‘구직 활동’을 중단한 상태였다. 12월에는 이미 다른 팀들도 2015년 선수 구성을 마친 상황이라 더 이상 새 둥지를 알아볼 수 없었다. 결국 사재혁은 허공에 붕 떠버렸다. 이에 대해 A지자체 관계자는 “실무자 선에서 좋은 얘기가 오갔던 것은 맞지만, 계약을 한 상황은 아니었다. 윗선에서 결정이 달라졌다”고 해명했다.


● 은퇴 안 된다! 새 둥지 구하기 위한 물밑작업

결과적으로 사재혁은 1월부터 무적 선수가 됐다. 2015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지만, 자존심에 큰 상처가 생겼다. 사재혁은 최근 고심 끝에 역도대표팀 윤석천 감독과 대한역도연맹 임원들에게 “은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그러나 주변에선 극구 만류하고 있다. 대표팀 관계자 역시 사재혁의 새 둥지를 물색하기 위해 물밑작업 중이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사재혁은 전국체전에서 3관왕이 보장된 선수다. 리우올림픽의 홍보 효과까지 고려하면 지자체 입장에서 충분히 탐낼 만하다”고 설명했다. 단, 지자체 팀들의 예산이 이미 짜여진 상황이라 새로 선수를 받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역도연맹 최성용 회장은 10일 “사실상 리우올림픽에서 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선수는 사재혁이 유일하다. 과정이 어찌됐든 현재 사재혁의 소속팀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다. 연맹 차원에서도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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