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이 서말이라도…” 2% 아쉬운 내나라여행박람회

입력 2015-02-15 16:11: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지자체 관광콘텐츠 수준 높아져, 엇박자 행사 운영은 아쉬움.’

12일부터 1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내나라여행박람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관광협회중앙회(회장 남상만)가 주관하는 관광업계의 대표적인 이벤트 중 하나다. 특히 내수 진작과 관광산업 발전을 위해 지역관광 활성화를 부르짖는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콘텐츠 수준을 한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다.

12회를 맞은 올해 박람회에는 ‘구석구석, 행복여행’이라는 슬로건으로 지자체와 여행관련업체 등 300여 단체가 500여개 부스를 만들어 참여했다. 일단 코엑스의 거대한 전시홀 C와 D1가 좁게 느껴질 정도로 양적으로 풍성했다.

자기 고장의 관광 명소와 상품을 소개하는 지자체 부스의 적극성이 우선 돋보였다. 통상 이런 박람회에서는 리플렛과 지도 등의 자료를 배포하거나 전시하는 것에 머물기 쉬운데,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지자체 중 상당수는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갖고 온 것이 특색이었다. 즉석 퀴즈부터 다트 맞추기,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게임, 아케이드 게임기기를 활용한 지역홍보 등은 가족 단위 관람객들의 좋은 호응을 얻었다.

지역별로 편차가 있기는 했지만 많은 부스들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자료를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언어별로 꼼꼼히 비치해 두거나 통역 요원을 별도로 배치하는 정성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관기관과 손발 안 맞는 운영, 구색 갖추기에 머문 테마전시관

하지만 행사 콘텐츠를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운영 노하우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유관기관과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아 시너지 효과를 높일 기회를 제대로 잡지 못했다.

‘내나라여행박람회’와 비슷한 기간에 일본의 관광주무기관과 업계 관계자 1400여명이 방한하는 ‘한일관광교류’ 행사가 열렸다.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일본 방한시장을 회복하기 위해 관광공사가 마련한 행사이다. 일본의 관광업계 관계자가 대규모로 방한하는 시기에 우리 지역관광 콘텐츠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린다는 것은 모처럼 맞는 좋은 기회다. 실제로 ‘한일관광교류’ 보도자료에는 ‘내나라여행박람회’ 참관이 공식일정으로 있었다.

그런데 박람회에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렇다할 행사가 없었다. 여러 부스가 조밀하게 배치돼 복잡한 행사장 안내도도 한글 일색이었고, 다양한 외국어 자료를 갖춘 지자체 부스와 달리 박람회 안내데스크에는 덩그러니 한글 팜플렛만 있었다.

박람회를 주관한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관계자는 “내수 중심 행사라서 올해까지 외국어 리플렛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외국인 방문객이 늘고 있어 내년부터는 외국어 안내책자를 마련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일관광교류단의 방문에 대해서는 “통보를 받은 시기가 너무 촉박해 준비가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또한 일부 테마전시관은 거창한 기획의도에 비해 빈약한 내용으로 구색 갖추기에 머물렀다는 비판을 들었다. 박람회 주관사가 직접 준비했다는 ‘내나라 여행갤러리관’은 1020, 3040, 5060 등 생애주기별 여행지를 추천한다고 행사 전부터 홍보를 했다.

하지만 막상 전시장에는 덜렁 지역 관광명소의 사진 몇 장을 전시한 것이 전부였다. ‘5060’이나 ‘3040’으로 구분을 했지만, 정작 어떻게 찾아가고 거기서 무엇을 즐길지 구체적인 정보가 전무했다.

올해 처음 마련했다고 역시 홍보가 대단했던 ‘해양레저여행관’도 마찬가지였다. 어촌체험마을 소개 사진이나 각 지역의 유명 섬을 소개하는 사진 외에는 별다른 콘텐츠가 없어 찾은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딸과 함께 ‘해양레저여행관’을 찾은 경기도 광명의 문진수(45)씨는 “전시공간이 꽤 크지만 볼 것이 없다”며 “그래도 관광박람회여서 전문적인 정보가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내용보다도 빈약해 실망했다”고 밝혔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야 보배’라고 한다. 여러 지역의 다양한 정보를 한 자리에 모았다는 자체에 만족한다면 ‘우물안 개구리’일 뿐이다. 지방의 관광 콘텐츠가 부쩍 수준이 높아진 이제는 이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할지 고민할 때다. 그런 점에서 올해 ‘내나라여행박람회’는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숙제도 함께 보여주었다.

스포츠동아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