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식 감독 “‘개훔방’ 독립영화관 상영 중단하라” 공식입장 (전문 포함)

입력 2015-03-02 11: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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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식 감독(왼쪽). 사진제공|루스이소니도스

신연식 감독이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이하 ‘개훔방’)의 독립영화관 상영에 대해 입장을 표명했다.

신 감독은 2일 보도자료를 통해 “‘개훔방’의 배급사과 제작사는 즉시 상업영화 재개봉을 독립영화관에서 하는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자신을 ““최근 ‘조류인간’이라는 독립영화를 제작한 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한 뒤 “최근 상영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에 가치에 두고 만든 극장이다. 전국적으로 그렇게 많은 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조류인간’과 같은 평범한 독립영화는 아트하우스 체인에서 5개 관을 배정받는 것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런데 상업영화인 ‘개훔방’이 15개 이상의 극장을 배정받는 것은 독립영화계에는 엄청난 폭력”이라며 “이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억울해 하면서, 유치원 놀이터에 와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다. 즉각 중단하기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 감독은 ‘개훔방’의 김성호 감독에게 “시나리오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4~5년 전에 내가 쓴 것이다. 제작사와 이견이 생겨 작품에서 빠진 이후 김성호 감독이 찾아와 나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신 감독은 “완성된 작품은 나의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으며, 이는 김성호 감독이 촬영직전에 나에게 보낸 메일에 스스로 확인한 사실”이라며 “그러나 감독이 작가로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심지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창작자로서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는 과정상의 실수라고 믿고 싶다”면서 “극장 개봉 이후라도 작가 크레딧에서 감독의 이름을 빼줄 것을 감독 본인에게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상업영화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재개봉이 된다면 이후에도 극장 개봉을 마친 상업영화가 IPTV 매출 증대를 위해서 독립영화관에서 재개봉을 시키는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끄럽게도 관행적으로 많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권을 뺏어왔다. 심지어 자기가 쓰지도 않은 각본으로 각본상을 받은 경우들도 있었다”며 “나는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이러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악습이지만 일반 관객 분들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짚으려고 공개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신 감독은 “‘개훔방’은 개봉 이후에 대기업투자배급사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계 내부에 만연한 부조리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대기업투자배급사의 부조리만 지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감독 작가 제작사를 모두 포함해 영화계 내부의 문제를 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와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공개 요구가 혹여 내 영화의 홍보수단으로 쓰일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 미리 말하자면 나는 ‘조류인간’을 포함한 어떠한 독립영화로도 수익을 낼 생각이 없다”며 “만에 하나 이번 일이 이슈화 되어 극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온다면 바로 극장 상영을 중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의혹을 미연에 방지했다.

그는 “나는 현재 개봉중인 22개 관 이후로 절대로 상영관을 늘리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에 만드는 독립영화로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시점 이후로 극장 상영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신연식 감독 겸 루스이소니도스 대표의 입장 전문>

저는 최근 <조류인간>이라는 독립영화를 제작한 영화감독입니다. 2월 26일은 <조류인간>의 개봉 날이었습니다. <조류인간>은 22개의 예술-독립 영화 전용 극장에서 개봉 중입니다.

하지만 개봉 첫날 제가 현장에서 확인한 몇몇 극장에서는 아침 10시와 밤 10시 40분대라는 현실적으로 관람이 힘든 시간대에 상영 중이었고, 상업영화 재개봉작인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하 ‘개훔방’)이 좋은 시간대에 편성된 것을 보고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제가 쓴 것이기에 당황스러운 기분에 휩싸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당혹감을 뒤로 하고 '개훔방'의 제작사와 감독,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에 아래와 같은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합니다.

1. 배급사와 제작사는 즉시 상업영화 재개봉을 독립영화관에서 하는 행위를 중단하기 바랍니다.

독립영화전용관은 영화의 다양성에 가치에 두고 만든 극장들입니다. 전국적으로 그렇게 많은 수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조류인간>과 같은 평범한 독립영화는 아트하우스 체인에서 5개 관을 배정받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상업영화인 ‘개훔방’이 15개 이상의 극장을 배정받는 것은 독립영화계에는 엄청난 폭력입니다. 이는 고등학생이 대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억울해 하면서, 유치원 놀이터에 와서 폭력을 행사하는 행위입니다. 즉각 중단하기를 요청합니다.

2. ‘개훔방’의 김성호 감독은 시나리오 크레딧에서 이름을 빼주길 요청합니다.

'개훔방'의 시나리오는 앞서 말씀 드린 대로 4, 5년 전에 제가 쓴 것입니다. 제가 제작사와 이견이 생겨 작품에서 빠진 이후, 김성호 감독이 찾아와 저의 시나리오를 영화화하고 싶다는 요청을 했습니다. 완성된 작품은 저의 시나리오에서 달라진 부분이 거의 없으며, 이는 김성호 감독이 촬영직전에 저에게 보낸 메일에 스스로 확인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감독이 작가로서 크레딧에 이름을 올렸고, 심지어 여러 인터뷰를 통해 원작에 없던 여러 설정들이 자신의 아이디어인 것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이는 창작자로서 부끄러운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아직까지는 과정상의 실수라고 믿고 싶습니다. 극장 개봉 이후라도 작가 크레딧에서 감독의 이름을 빼줄 것을 감독 본인에게 요청합니다.

위의 두 가지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이유를 설명하겠습니다.

상업영화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재개봉이 된다면, 이후에도 극장 개봉을 마친 상업영화가 IPTV 매출 증대를 위해서 독립영화관에서 재개봉을 시키는 선례로 남게 될 것입니다.

저는 수년 동안 감독조합에서 감독 표준계약서 작업을 하며 시나리오 작가들의 표준계약서에도 참여를 해왔습니다. 그리고 작가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작가의 크레딧권이란 것도 알게 됐습니다. 부끄럽게도 관행적으로 많은 감독들이 작가의 크레딧권을 뺏어왔고, 심지어 자기가 쓰지도 않은 각본으로 각본상을 받은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누군가를 공격하려는 의도로 이러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한국영화계에서 관행적으로 이어져온 악습이지만 일반 관객 분들은 잘 모르고 있었던 부분을 이번 기회에 짚으려고 공개적인 요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개훔방'은 개봉 이후에 대기업투자배급사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 내부에 만연한 부조리를 스스로 돌아보지 않고 대기업투자배급사의 부조리만 지적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감독, 작가, 제작사를 모두 포함해 영화계 내부의 문제를 돌아보는 자성의 목소리와 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울러 이번 공개 요구가 혹여 제 영화의 홍보수단으로 쓰일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 미리 말씀 드리자면, 저는 <조류인간>을 포함한 어떠한 독립영화로도 수익을 낼 생각이 없습니다. 만에 하나 이번 일이 이슈화 되어 극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시점이 온다면 바로 극장 상영을 중단할 것을 약속 드립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한국 독립영화의 현실은 척박합니다.
독립영화를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은 한정되어 있고 지금도 개봉을 고대하는, 의미 있는 많은 독립영화들이 있습니다. 다양성에 가치를 두고 독립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독립-예술영화관에서 특정 영화가 50개 이상의 극장을 점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다양성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일 것입니다.

저는 현재 개봉중인 22개 관 이후로 절대로 상영관을 늘리는 일도 하지 않을 것이며 이후에 만드는 독립영화로도 손익분기점을 넘는 시점 이후로 극장 상영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진정한 약자는 타인의 폭력에 아프다는 소리도 낼 수 없는 사람입니다.
저는 제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약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강자는 아니지만 영화계에서 아프다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약자들을 위해 귀를 기울이며 활동할 계획입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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