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 분데스리가] 차범근 데뷔팀 다름슈타트, 35년만에 1부 도전

입력 2015-03-0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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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1970∼1980년대로 돌아간 듯 경기장 외벽은 낡았고, 관중 대부분은 서서 경기를 관전한다. 기자실과 인터뷰실 또한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고 있고, 구단물품숍은 달랑 컨테이너 박스 하나로 구성됐다. 지난달 27일(한국시간) 경기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여기가 정말 분데스리가 2부 경기가 열리는 곳이 맞나’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SV다름슈타트98의 홈구장은 초라했다.

그럼에도 1만6500명 수용 규모의 경기장에선 1만3000여 관중이 비바람을 맞으며 홈팀에 열띤 응원을 보냈다. 이런 응원의 힘 덕분이었을까. 경기 내내 원정팀 브라운슈바이크에 밀리던 다름슈타트는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후반 교체 투입된 류승우(브라운슈바이크)는 “우리가 더 좋은 경기를 했지만 운이 없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승리로 다름슈타트는 승점 41로 2부 2위까지 오르며 1위 잉골슈타트와의 격차를 승점 4로 좁혔다. 아직 11경기가 남아있지만 1부 승격에 한발 더 다가섰다. 독일 현지에선 다름슈타트의 이런 행보에 적잖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3부에서 승격해 2부로 올라온 다름슈타트가 올 시즌 후 곧장 1부로 승격한다면, 이 또한 분데스리가에 새로운 역사를 쓰는 의미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실 다름슈타트는 차범근(62) 전 감독과 인연이 있는 팀이다. 차 전 감독이 선수시절 분데스리가에 진출하면서 처음 입단했던 팀이 바로 다름슈타트다. 1978∼1979시즌 당시 1부에 있던 다름슈타트는 차 전 감독과 가계약을 하고, 12월 23일 보훔전에 선발로 내보냈다. 차붐의 역사적인 분데스리가 데뷔전이었다. 차 전 감독은 이 경기에서 맹활약했지만, 예상치 못한 군 문제에 발목을 잡혀 귀국해야 했다. 군복무 기간과 관련해 차 전 감독 측과 국방부의 해석 사이에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6개월 후 차 전 감독이 병역을 해결하고 다름슈타트로 돌아왔을 때, 팀은 이미 2부로 강등됐고 계약 역시 파기된 상황이었다. 차 전 감독은 새 팀을 알아봐야 했고, 브레멘과 프랑크푸르트를 놓고 저울질하다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다. 이후 차붐이 프랑크푸르트가 사랑하는 레전드가 된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계약 파기 이후 다름슈타트는 한 시즌 만에 다시 1부로 올라갔으나 바로 강등됐고, 이후 3∼5부를 전전하다 올 시즌 35년 만에 1부 복귀를 노리고 있다. 축구에 ‘만약’은 없지만 차 전 감독이 계속 팀에 남았더라면 지금 다름슈타트가 겪고 있는 긴 여정은 처음부터 없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모든 취재를 마치고 다름슈타트 중앙역으로 돌아가는 트램 안에서 만난 다름슈타트 팬들은 이런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 노래가사처럼 다름슈타트가 1부 복귀를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 시즌이 시작되면 우리는 1부에서 샬케를 상대하고,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하고, 함부르크를 상대할 거야!”

다름슈타트(독일)|박종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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