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하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입력 2015-03-10 07: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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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하늘은 “전에는 명예나 인지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 그런데 작품을 할수록 인지도가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그래서 이 인지도를 어떻게 현명하게 쓸 것인지 생각했다. 고민 끝에 내린 답이 연극이었다”고 밝혔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배우 강하늘의 삶은 드라마 ‘미생’ 이후 180도 달라졌다. ‘미생 신드롬’의 영향으로 차기작과 광고 제안이 물밀듯 들어왔다. 묵묵히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그에게 드디어 ‘잭팟’의 기회가 주어진 것.

그렇게 날아오를 시점에 강하늘은 돌연 무대로 회귀했다. 연극 ‘해롤드앤모드’를 통해 더 낮고 가까운 곳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이는 열의 아홉은 고개를 갸우뚱할 만한 행보였다. 실제로 강하늘은 “미쳤느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Q. 연극이라니 뜻밖이었다. 결정하기 어렵지 않았느냐.
A. 정말 쉬웠어요. 연극과 뮤지컬만 하던 제가 방송을 하게 이유가 있어요. 예전에 선배들이 열심히 준비해서 공연을 올려도 관객이 없어서 문을 닫는 경우가 있었어요. 형들이 소주를 마시면서 우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화나더라고요. 그러다 ‘내가 알려지면 사람들이 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연극을 보러 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죠. ‘미생’에 대한 반응이 뜨거울 때 ‘지금 연극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Q. 놓친 광고나 차기작에 대해서는 적잖이 아쉬웠을 텐데.
A. 연극에 올인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배운 게 훨씬 많아요. 물론 광고를 찍으면 경제적으로 나아질 수는 있죠. 그렇지만 광고는 이미지 상품이잖아요. 거기에 내 이미지를 사용할 수는 없었어요. 먼 훗날 내 모습을 생각하면 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해요. 저는 1~2년 생각하고 연기하는 게 아니거든요. 사실 사람들이 자꾸 뭐라고 하니까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연극이 잘 되더라고요. ‘내가 틀린 게 아니었어’라고 위로받았어요.


Q. 특별히 다작하는 이유가 있는지.
A. ‘작품을 많이 해야지’라는 욕심은 없어요. 그저 좋은 작품을 놓치기 싫은 거죠. 내 필모그래피에 꼭 새기고 싶은 작품을 읽으면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된 거지 ‘소처럼 쉼 없이 일해야지’ 식이 아니에요.


Q. 그렇게 말하지만 ‘쎄시봉’ ‘순수의 시대’ 그리고 ‘스물’까지…충무로에서 제일 바쁜 배우다.
A. 촬영할 때는 개봉일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드라마 ‘엔젤아이즈’와 영화 ‘쎄시봉’을 같이 했고요. ‘쎄시봉’ 막바지에 영화 ‘순수의 시대’를 찍었어요. ‘순수의 시대’가 끝날 때에 영화 ‘스물’을 촬영했고 이후 마지막 촬영 즈음에 ‘미생’에 출연했어요. 그리고 ‘미생’이 끝난 후 연극을 준비했죠.

배우 강하늘은 본인의 매력에 대해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얼굴”이라고 망언(?)을 했다. 그는 “너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화면에 계속 나오면 부담스럽다”며 “나 같은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와도 부담 없이 보기 편하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Q. 혼자 술 마시면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던데. 잘 마시는 편인가.
소주로 3~4병정도 마셔요. 세상에서 가장 바보 같은 일이 주량 자랑이라고 생각해서 자랑은 안 하려고요(웃음). 어제도 혼자 집에서 1병 마셨어요. 남들은 우울할 때 마신다지만 저는 기분이 좋아지는 스타일이에요. 소주 마시면서 좋아하는 영화를 보는 거죠. 안주는 캔참치 정도?


Q. 참으로 소박하다. 지금도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나.
A. 대중교통이 참 편해요. 어제도 지하철을 탔어요. 안 가렸는데도 저를 못 알아보더라고요. 사람들은 누가 타고 내리는 지 신경 쓰지 않아요. 다들 휴대전화만 보고 있으니까요.


Q. 바로 옆에 강하늘이 있는데 모르다니 안타깝다.
A. 생각나는 일이 있네요. 전에 지하철을 탔는데 한 분이 휴대전화로 ‘미생’을 보고 있더라고요. 제가 나오기에 속으로 ‘나다!’ 싶었죠. 그런데 그 분은 화면만 보느라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하하.


Q. ‘미생’에서도 그렇고 여배우 복이 참 없다.
A. 오히려 그런 게 좋아요. 솔직히 말하자면 실제로 여배우를 대하는 게 편하지 않아요. 그런 뜻이 아닌데도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이 있는 건가’라고 느낄 것 같기도 하고요. 주변 시선도 많으니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죠. 그래서 잘 못 다가가겠더라. 괜히 내가 그들에게 폐 끼치고 싶지 않아요.


Q. 왜 그렇게 여배우를 만나기 싫어하느냐.
A. 저는 연기할 때 고민이 많아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아요. 예민해지기 때문에 스스로 피폐해지는 게 느껴지죠. 그런데 배우라면 그분도 똑같을 것 아니에요. 연인이면 서로 힐링되는 사이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들끼리 만나면 무너질 것 같아요. 그리고 남들 시선을 받으면서 사랑하고 싶지 않아요.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Q. 정해놓은 ‘선’이 참 많다. 혼자만의 틀이 만드는 이유가 무엇인가.
A. 일탈을 하기 위해서죠. 그 틀이 있기 때문에 일탈을 꿈꿀 수 있는 거죠. ‘미생’ 때 이틀 동안 촬영이 없는 날이 있었어요. 집에서 정말 좋아하는 사케를 열려다 순간 아깝더라고요. 그래서 다음날 아침 정동진 가는 버스를 혼자 탔어요. 가방에는 스피커와 사케 그리고 술잔 이렇게 3개만 담았죠. 해뜨는 걸 보면서 사케를 다 마셨는데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Q. 소소한 즐거움이 주는 큰 기쁨이랄까.
A. 그렇죠. 사람은 낭만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로망 중 하나가 6~70살에 외국 여행을 떠나서 오토바이를 타고 싶어요. 등에는 살아오면서 느꼈던 삶의 정수를 새긴 채 말이에요. 이런 로망이 있어야 흥미진진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닐까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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