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장성호, 땀으로 꽃피운 홈런

입력 2015-03-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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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장성호가 1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시범경기에서 2점홈런을 터뜨려 베테랑의 부활 가능성을 알렸다. 자신을 방출했던 롯데를 상대로 쳐낸 홈런이라 더 의미 깊었다. 스포츠동아DB

■ kt위즈 베테랑으로 사는 법

스프링 캠프서 하루 1000번씩 스윙
롯데와 시범경기 투런…2연승 선봉
“마지막 야구인생…후회없이 뛰겠다”

지난 1월 14일 수원 kt위즈파크. 선수들은 시무식을 갖고 캠프용 유니폼과 각종 장비를 지급받았다. 그리고 곧장 썰물처럼 클럽하우스를 빠져나갔다. 16일 새벽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로 출국하기 이틀 전이었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고 가족, 애인, 친구와 함께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밤이었다. 신인 투수 주권은 그냥 집에 가기 아쉬웠는지 다시 웨이트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트레이너가 홀로 지키고 있을 줄 알았던 그곳. 주권은 힘껏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조금 놀라며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응. 집에 안가니?”라는 답이 돌아왔다.

웨이트장에서 만난 이는 팀의 최고참 장성호(38)였다. 넓은 웨이트장에서 홀로 자전거를 타며 땀을 쏟고 있던 장성호는 스프링캠프에서 오랜만에 조범현 감독의 강한 훈련을 소화했다. 1000번 이상 스윙을 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마지막 장염 증상으로 열흘 먼저 돌아왔지만 훈련을 쫓아가지 못했거나 부상을 당한 것은 아니었다.

통산 2071안타를 기록하며 양준혁이 갖고 있는 통산 최다안타 2318개가 눈앞에 있는 대 타자는 “은퇴해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후회 없이 뛰고 싶다”며 힘든 훈련을 참아냈다.

시범경기가 시작된 후 장성호는 12일 경기 전까지 주로 대타로 나와 3타수 무안타를 기록하고 있었다. 멀리서 훈련과 경기장면을 지켜보던 조범현 감독은 장성호를 불러 “타격 때 시간이 너무 타이트하다. 다리를 더 빨리 들면 공을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을까?”라고 의견을 말했다. 베테랑 타자는 곧장 공감했고 다리를 빨리 들며 더 여유로운 타격 자세를 갖추는데 노력했다.

12일 사직 롯데와의 시범경기. 장성호는 처음으로 선발출장했다. 전성기 때 익숙했던 타순 4번. 2-1로 앞선 4회초 1사 1루 타석에 선 장성호는 롯데 좌완 이명우가 던진 시속 138km 높은 코스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시범경기 2연승을 이끄는 결정적 2점홈런이었다. 특히 상대는 애증의 친정 롯데였다.

2013년 롯데로 트레이드 된 장성호는 지난해 고참으로 선수들을 대표해 전임 구단 대표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다 은퇴 기로에 섰었다. 사직구장은 그에게 상처가 많은 곳이었다. 그 곳에서 새로운 팀의 유니폼을 입고 시원한 홈런을 날렸다. 그런 선배의 모습에 kt 젊은 선수들도 힘을 냈고 6-5, 한점 차 승리를 지켜냈다.

장성호는 “사실 롯데전이 다른 경기와 크게 다른 느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옛 동료들을 만나 즐거웠었다. 감독님이 다리를 빨리 들어보자고 조언하셔서 그렇게 훈련했는데 타이밍이 잘 맞는 것 같다. 그동안 선발출장하고 싶었는데 오늘 경기를 뛰면서 홈런도 쳤다. 올해 좋은 동생들과 함께 즐겁게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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