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여행④] 착각이라도 상관없다…꿈에 그려본 ‘팍상한 폭포’

입력 2015-03-25 10:2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마닐라 여행④] 착각이라도 상관없다…꿈에 그려본 ‘팍상한 폭포’

여행도 시적으로 볼 수 있을까. 팍상한 폭포(Pagsanjan Falls)를 보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감격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과 ‘플래툰’의 촬영지였던 팍상한 강은 세계 7대 절경에 속하는 필리핀의 대표 관광지다. 강을 거슬러 올라갈 때 나타나는 절경에서 인간의 손때가 묻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팍상한 폭포는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100km 떨어져 있으며 차로 두 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다. 강에 도착한 후 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이 폭포가 유명해 진 이유가 있다. 스릴 넘치는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상상 이상의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팍상한 폭포에 가려면 ‘방카’라는 통나무배를 타고 가야 한다. 강 급류를 순수하게 두 사람의 힘만으로 밀고 올라가는 환상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람의 힘에 대한 기준이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된다.

폭포에 가기 위해서는 강 하류부터 시작해야 한다. 거센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강 양편으로 거대한 필리핀의 열대 우림을 마주 보게 된다. 높이를 가늠할 수 없는 절벽에는 길게 늘어진 풀들이 햇살이 머금고 있다. 마치 샹들리에처럼 우아해 보인다. 다양한 새들의 지저귐, 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기분이 좋아진다. 고개를 강 쪽으로 돌리면 해맑은 필리핀 아이들이 발가벗고 물속으로 다이빙을 하고 있다. 간혹 환하게 웃는 한 아이가 자신에게 손을 흔들어주면 누구라도 뭉클함을 느낄 터. 어릴 적 그리운 시절들이 머리 한쪽을 때린다. 필리핀 여행의 깊은 맛은 이곳에 있었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강을 거슬러 올라가 도착한 91m 높이의 팍상한 폭포. 그 폭포가 시야에 보이기 전부터 목적지에 다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심장까지 두근거리게 하는 거대하고 웅장한 폭포 소리가 들려온다. 관광객들이 왜 이곳에 오는가를 낙수 소리만으로도 알 수 있다. 이어 나타난 거대한 폭포는 팍상한 강의 막다른 절벽에서 쏟아져 나온다. 물줄기는 절벽 주변에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필리핀 사람들은 여자아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팍상한 폭포수를 맞으면 딸을 낳는다는 미신을 믿고 있다. 폭포 바로 뒤쪽에는 악마의 얼굴을 한 악마 동굴(Devil's Cave)이 있다. 관광객들은 대나무 뗏목을 타고 폭포 안쪽의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폭포에 다가갈수록 눈을 뜨기 힘들다. 온몸이 부서질 정도로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차디찬 물에 온몸이 얼게 된다. 마음의 찌든 때까지 벗겨지는 느낌. 이곳이 진정한 필리핀 여행의 힐링 코스였다. 착각이라도 상관없다. 팍상한 폭포는 과장 그 이상이다.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거슬러 올라온 급류를 다시 내려올 때도 지루하지 않다. 돌아오는 길은 차분하다. 놀란 기분에 취해 놓친 풍경들이 보인다. 절벽 사이로 보이는 티끌 하나 없는 필리핀의 하늘, 햇빛을 반사하는 보석 같은 팍상한 강이다.

태고의 모습을 간직한 이곳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필리핀 현지인들을 보며 조금은 부러운 감정을 가져본다. 아이들의 모습에서 잠시 잊었던 때 묻지 않았던 과거를 추억한다. 그만큼 팍상한은 감성적이고 시적이다. 출발했던 장소에 도착하면 세상으로 돌아온 기분에 조금 망설여진다. 마음이 여행에 젖었기 때문이다. 여행은 삶의 쉼표라는 말이 떠오른다.

문의 : 모두투어(www.modetour.com, 1544-5252)

동아닷컴 이용우 기자 yw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