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허지웅·디스패치, 저 마음에 안들죠?”

입력 2015-04-02 14: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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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임과 예원의 양쪽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긴 '욕설&반말 논란'이 서로 공식 사과를 발표하면서 일단락됐다.

사실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까지 공개된 마당에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수습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고, 이미 '여론 재판'의 판결이 내려진 현 상황에서 더 이상의 반전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건이 최초 보도된 시점부터 예원 측이 공식 사과를 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에서 발생한 '몇몇 장면들'은 조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이 '몇몇 장면들'을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허지웅의 'X같다' 발언과 디스패치의 '이상한 사과문'으로 의도를 했든 하지 않았든 이들의 글은 불난집에 기름을 부어놓고 무책임하게 놓아둔 감이 없지 않다.

먼저 허지웅의 'X같다' 발언은 SNS에 올린 사견이라고 할 수 있지만 트위터 팔로워 수가 38만4992명에 달하고, 말 한마디에 파급력을 지닌 그의 위치를 생각할 때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식의 발언이라고 하기엔 그 여파가 너무나도 크다.

더욱이 "언니 나 마음에 안들죠?"가 "X같냐"와 같은 어감이라는 해석이 제3자가 바라보기에는 99%맞다고 해도 예원 본인이 그런 의도로 말하지 않았을 1%의 가능성이 있다면 이는 성급한 결론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허지웅의 글이 알려진 이후 대중들에게는 '예원이 이태임에게 대들어 욕을 하게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인식이 굳어졌고, 예원은 본래 의도를 해명할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말았다.

디스패치의 경우는 언론사, 그것도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매체라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당초 '이태임이 가만히 있는 예원에게 욕설을 하며 분풀이를 했다'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준 장본인은 다름아닌 디스패치였다.

이태임과 예원의 욕설 논란에 대한 최초 보도가 나온 이후 디스패치는 직접 제주도로 내려가 목격자를 수소문해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고, 해당 기사가 나온 이후 사람들에게는 예원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피해자가, 이태임은 엉뚱하게 분풀이를 한 성격이상자라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그러나 현장 영상이 공개되면서 상황은 급변했고, 결국 디스패치는 "성급한 취재로 오해를 일으켰다"라는 사과문을 게재하기 이르렀다.

문제는 해당 기사와 사과문이 결과적으로 이태임과 예원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는 점이다. 기사를 통해 이태임을 가해자로 만든 디스패치는 다시 사과문을 통해 자신들의 기사를 부정하면서 예원을 모든 일의 원흉으로 탈바꿈시켰다.

게다가 비록 '모든 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반성한다'라고 적고 있지만 '외국인 해녀의 어설픈 한국어 실력이 오해를 불러왔다'라는 '미묘한 뉘앙스'의 사과문은 결국 자신들은 발을 빼겠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물론 디스패치의 탁월한 취재력과 과감한 행동력 등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충분히 존중받을 만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만큼은 정작 사건의 본질이자 주인공인 이태임과 예원이 취재에서 철저하게 배제된 채 비난과 피해만을 받는 이상한 결과를 낳고 말았다.

대중들 앞에 서는 것이 본업인 연예인인만큼 환호는 물론이고 비난을 받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리꾼들이 쏟아내는 여론 재판이나 각종 패러디, 추측 등은 법적인 제재를 받을 정도가 아니라면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대중들이 가진 하나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대중들이 갑론을박을 이어가며 비난을 넘어 개그 소재로까지 이용하는 작금의 상황은 이태임과 예원 본인들이 만들어낸 것이 분명하다. 다만 이 같은 여론을 부풀리고 벗어날 수 없는 낙인을 찍어버린 허지웅과 디스패치의 태도는 정당한 권리가 아니라 정말로 그냥 마음에 안드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과 씁쓸함을 자아낸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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