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이재성-전남 이종호-포항 김승대(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전북 현대·포항 스틸러스·
소속팀서 맹활약…국가대표 경쟁 ‘시너지’
K리그 르네상스 책임질 영건스타로 우뚝
1998프랑스월드컵은 한국축구에 쓰라린 좌절을 안겼지만, 새로운 출발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외면이 아닌, 격려와 사랑이 쏟아졌다. ‘국가대표팀의 근간, K리그를 살리자’는 취지 속에 프로축구 붐이 일었고, 그 중심에 이동국(36·전북현대)-안정환(39·방송해설위원)-고종수(37·수원삼성 코치)가 있었다. 1990년대 후반을 뜨겁게 달군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됐다. 물론 그 이전과 이후에도 스타들이 있었다. 최용수(42·FC서울 감독)-황선홍(47·포항 스틸러스 감독)-홍명보(46·전 국가대표팀 감독)-서정원(45·수원 감독) 등이 경쟁 구도를 형성했고, 2002한일월드컵을 기점으로 대표팀 기둥으로 자리매김한 박지성(34·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홍보대사)-이영표(38·방송해설위원)-설기현(36·성균관대 감독대행) 등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런데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이동국-안정환-고종수 등 3명은 주로 해외무대에서 성장한 2002년 세대들과 달리, K리그를 통해 스타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 이재성-이종호-김승대, 신 트로이카 ‘우뚝’
오랫동안 이어진 ‘K리그의 스타 부재’를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한국축구의 내일을 책임진 영건들이 ‘K리그의 르네상스’를 일구고 있기 때문이다. ‘신(新) 트로이카’의 주인공은 23세 동갑내기 이재성(전북)-이종호(전남 드래곤즈)와 김승대(24·포항)다. 모두 2014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주역들이다. 급성 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이광종(51) 전 감독이 이끌었던 23세 이하(U-23) 대표팀은 1986년 서울대회 이후 28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을 밟았다.
경쟁자이자 동반자인 3총사 가운데 광양제철중∼제철고 출신의 전남 프랜차이즈 공격수 이종호가 K리그에서 가장 일찍 이름을 알렸다. 2011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5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첫 해 2골·3도움(18경기)을 올린 뒤 성과를 더해갔다. 2012년 6골·2도움(33경기), 2013년 6골·4도움(32경기)에 이어 지난 시즌 10골·2도움(31경기)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나쁘지 않다. 지난 주말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정규리그 4라운드 홈경기에서 결승골을 터뜨려 전남의 시즌 첫 승과 함께 ‘스승’ 노상래(45) 감독에게 프로 사령탑 데뷔 첫 승을 안겼다.
프로 2년차 이재성도 남다른 역량을 꾸준히 발휘하고 있다.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과 수비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미드필더다. “실력도, 멘탈도 나무랄 데 없다. 2년 전 처음 봤을 때 며칠 훈련을 시켜보고 확신이 생겼다”는 전북 최강희 감독의 설명처럼, ‘될성부른 떡잎’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미 에이스로 각광 받고 있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즐비하고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전북에서 오래 전 주전을 굳혔다. 지난해 26경기에서 4골·3도움을 올렸고, 올해도 4경기에 전부 출격했다.
2선 공격수(섀도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김승대는 철저한 ‘포항 맨’이다. 포항에서 나고 자란 그는 포항제철동초∼포항제철중∼포철공고∼영남대를 거쳐 2013년부터 포항의 주축으로 자리매김했다. 데뷔 시즌 3골·6도움으로 합격점을 받은 그는 지난해 30경기에서 10골·8도움을 기록했다. 올 시즌도 3경기에서 2골을 올리고 있다.
● 역할, 스타일은 달라도…한국축구 희망 ‘우뚝’
각기 다른 포지션처럼 플레이에도 차이가 있다. 이종호가 상대 수비진을 휘저으며 찬스를 포착하는 킬러 역할에 좀더 무게를 싣는다면, 이재성은 기성용(26·스완지시티)처럼 경기 흐름을 읽고 적절한 방향으로 풀어가는 ‘키(Key) 맨’에 가깝다. 김승대는 상대 수비라인을 쉼 없이 침투하고 파고드는 ‘라인 파괴자’라고 할 수 있다. 스승들의 전폭적 지원과 응원을 받으며 꾸준히 실력과 장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국가대표팀에서의 경쟁에선 지금까지는 이재성이 한 걸음 앞선 모양새다. 우즈베키스탄전(1-1 무)∼뉴질랜드전(1-0 승)으로 이어진 3월 A매치 2연전에 모두 출격해 A매치 첫 골을 기록했다. 김승대는 2차례 대표팀에 소집됐지만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이종호도 1차례 대표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을 뿐 A매치에는 나서지 못했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서로의 활약은 긍정적 자극이 될 수 있다. 이종호는 “예전에는 (나보다 좋은 플레이를 하면) 그저 분하고 속상하기만 했다. 이제 경험이 쌓이다보니 상황을 달리 받아들이게 됐다. 상대의 좋은 점을 인정하되, 최대한 습득하자는 생각”이라며 “미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대표팀에 다시 승선하면 제대로 경쟁해보고 싶다”고 다부진 마음가짐을 드러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