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이태석의 올 시즌은 다사다난했다. 울산과 트레이드 무산으로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포항으로 이적한 후 생애 첫 국가대표팀 발탁과 코리아컵 우승을 이루며 반등에 성공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이태석은 아버지 이을용(현 경남FC 감독)을 빼닮은 날카로운 왼발 킥과 넓은 시야, 왕성한 활동량이 강점이다. FC서울에서 프로로 데뷔해 2021년 K리그1 19경기, 2022년 27경기, 2023년 30경기를 소화하며 어린 나이에도 꾸준히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 전반기에도 서울에서 13경기를 뛰며 주전 왼쪽 수비수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소 굴곡이 있었다. 이태석은 4월 카타르에서 개최된 23세 이하(U-23) 아시안컵 대표팀에 선발돼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연속 도움을 뽑으며 활약했으나, 대표팀은 8강에서 인도네시아의 벽을 넘지 못해 2024 파리올림픽 본선에 오르지 못했다. 커리어의 한 단계 도약을 바랐던 이태석에겐 아쉬운 결과였다.
7월에는 이적 문제로 난처한 상황을 맞기도 했다. 서울은 이태석을 울산 HD 미드필더 원두재와 맞바꾸고자 했다. 양 구단의 대화는 원활히 진행됐지만, 계약 성사 직전에 갑작스러운 울산의 변심으로 트레이드 협상은 결렬됐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이태석에게 포항이 손을 내밀며 해프닝은 일단락됐으나, 해당 사건의 여파는 리그를 뒤흔들 정도로 컸다.
당사자인 이태석은 흔들리지 않았다. 포항에 새 둥지를 틀자마자 마음을 다잡고 축구에 집중했다. 그 결과 박태하 감독에게 중용 받으며 올 시즌 후반기 K리그1에서 12경기 1골·2도움의 준수한 기록을 남겼다.
이태석은 새 팀에 빠르게 녹아든 배경에 대해 “포항의 분위기는 가족 같이 편안하다. 처음 팀에 오자마자 동료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가 먼저 다가와줬고, 나도 다가가려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소속팀에서 점점 컨디션을 끌어올리니 태극마크와도 연이 닿았다. 이태석은 11월 쿠웨이트, 팔레스타인을 잇달아 상대한 2026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5, 6차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생애 첫 A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14일(한국시간) 쿠웨이트와 원정경기에선 왼쪽 수비수 이명재(울산 HD)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아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는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우승으로 올해의 방점을 찍었다. 왼쪽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이태석은 울산의 빠른 공격진을 잘 틀어막았을뿐더러 적극적 공격 가담으로 포항의 3-1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태석은 “포항으로 이적한 뒤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다. 올해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 과정을 겪으며 많이 배웠다”며 “돌아보면 값진 경험이었다. 이제 선수로서 더 큰 목표들에 다가설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돌아봤다.
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