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MBC 방송화면 캡쳐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회원들이 만든 이미지가 여과 없이 방송에 노출되면서 방송사들의 안이한 제작 태도가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월드컵 관련 소식이 보도되는 리포트에 2018 러시아 월드컵 엠블럼이 등장했다. 하지만 화면 속 월드컵 트로피의 문양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일부 일베 회원들이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의미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비난이 쇄도하자 MBC는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MBC의 이 같은 “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섹션TV 연예통신’이 한 연예인의 소식을 전하면서 역시 일베 사이트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의 음영이미지를 사용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바 있다.
KBS와 SBS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KBS는 지난해 ‘개그콘서트’에 이어 8일 온라인 스포츠 프로그램 ‘이광용의 옐로우카드2’에서 일베 사이트의 이미지를 사용해 논란을 빚었다. SBS 역시 메인 뉴스인 ‘뉴스8’을 비롯해 ‘일요일이 좋다-런닝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매직아이’ 등으로 관련 물의를 빚었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편집상의 의도하지 않은 실수”라는 해명만 반복해왔다. 더욱이 개선의 노력은 미미해 더욱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영상 이미지가 필요할 때 ‘구글’등 포털사이트를 자주 이용하는데, 검색 상위권 이미지 중 ‘일베’에서 제작된 것이 많다”면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BS는 최근 자사 DB에 등록된 이미지만 사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MBC와 KBS 역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