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최준석은 타석당 4.91개의 투구를 보면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괴롭혔다. 투구수가 늘어날수록 타자와 투수의 수싸움도 치열해진다. 스포츠동아DB
정범모, 타석당 3.49개 투구에 공격 끝
손민한은 ‘이닝당 13.84개’ 최소 투구
탈보트는 ‘이닝당 20.63개’ 최다 투구
야구는 팀과 팀의 승부지만, 좁혀보면 투수와 타자의 싸움이다. 타자와 투수는 공 1개마다 사투를 벌인다. 스트라이크 3개와 볼 4개의 여유공간을 놓고 두뇌와 기술 싸움을 펼친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야구선수도 성향이 모두 다르다. 빠른 승부를 선호하는 투수와 타자가 있는가 하면, 타석이나 이닝마다 긴 승부를 펼치는 타자와 투수도 있다. 올 시즌 초반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투구수 싸움을 들여다본다.
● 끈질긴 타자, 속전속결형 타자
20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총 57명. 이들 중 타석당 투구수를 가장 많이 이끌어내는 타자는 롯데 최준석으로 나타났다. 타석당 4.91개의 투구를 상대했다. 적어도 5구째에 승부의 결말을 봤다는 뜻이다. 다음으로는 LG ‘빅뱅’ 이병규가 타석당 4.73개의 투구수로 끈질긴 승부를 하는 타자로 분석됐다. 이어 SK 박정권(4.51개), NC 이종욱(4.37개), SK 최정(4.33개)이 ‘살거나 죽거나’ 투수를 괴롭히는 타자로 꼽혔다.
최준석은 지난 시즌에도 타석당 투구수를 가장 많이 이끌어내는 타자 3위에 올랐다. 이병규는 2위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둘은 성향 자체가 긴 승부를 즐기는 유형의 타자로 분류할 수 있다. 눈길을 모으는 것은 ‘용규놀이’로 대표되는 이용규(한화)의 변화다. 그는 올 시즌 “초구를 잘 치지 않으니 투수들이 쉽게 승부해온다”며 당분간 ‘용규놀이’를 쉬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해 타석당 투구수가 4.40개로 가장 많은 타자였지만, 올해는 3.95개로 규정타석에 든 57명 중 37위에 머물러 있다. 빨리 치는 타자 상위 21위에 올라있는 셈이다.
반면 타석에서 속전속결을 선호하는 타자 1위는 한화 정범모로 나타났다. 그는 타석에서 평균 3.49개의 투구수 만에 공격을 완료했다. 3구 정도에는 타격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NC 나성범(3.51개), kt 이대형(3.54개), SK 이재원(3.57개), 두산 김현수(3.58개)가 뒤를 이었다.
김현수는 “상황에 따라, 상대 투수에 따라 초구를 치지 않고 기다려야 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적극적으로 칠 때 좋은 결과를 낸다. 투수는 초구에 대부분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온다. 타자 역시 초구는 파울이 돼도 괜찮고, 헛스윙을 해도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타자는 초구 타율이 가장 높다. 정범모도 올 시즌 타율이 0.150으로 부진하지만, 초구 타율은 5타수 2안타(0.400)로 좋았다.
타자와는 달리 투수는 가능하면 타석당 투구수나 이닝당 투구수가 적을수록 좋다. 빨리 승부해야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고, 야수들의 집중력도 높일 수 있다. 보통 투수들은 이닝당 투구수가 15개 정도면 효율적이라고 하는데, NC 손민한은 이닝당 투구수가 13.84개에 불과했다. 이어 SK 윤희상(15.26개), LG 헨리 소사(15.31개), 두산 유네스키 마야(16.09개), 삼성 장원삼(16.09개)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닝당 투구수가 가장 많은 투수는 한화 미치 탈보트로 무려 20.63개나 됐다. kt 앤디 시스코(20.15개), 넥센 한현희(20.11개), kt 박세웅(19.78개)과 옥스프링(19.64개)도 이닝당 투구수가 많았다. 물론 이닝당 투구수가 많다고 해서 승부를 피해가는 투수라고는 보기 어렵다. 이들은 대부분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닝당 투구수가 올라간 측면이 있다. 그러나 손민한과 윤희상은 시즌 방어율이 각각 4.24와 4.76으로 썩 좋지 않다는 점에서 보면 둘은 분명 다른 투수들보다 공격적인 투구를 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